선거 끝나자 금융입법 속도전 전망…은행권 '규제'·증권가 '기회'

금융규제·자본시장법 입법 가속에 은행권 부담 확대
국민성장펀드·BDC 활성화에 증권가 수혜 기대


6·3 지방선거 이후 여당의 국정 장악력이 강화되면서 금융규제와 자본시장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자산운용업계는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팩트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6·3 지방선거 이후 여당의 국정 장악력이 강화되면서 금융권의 하반기 정책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후반기 국회 원구성과 정기국회를 거치며 금융규제와 자본시장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와 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증권·자산운용업계는 국민성장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활성화 등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계기로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력이 한층 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확보하며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227곳 중 119곳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과 대구·경북·경남 등 주요 지역을 지켜냈고,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선전했다.

최근 법무법인 화우는 보고서를 통해 지방선거 이후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정무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등 금융·경제 관련 상임위가 여당 주도로 재편될 경우 금융규제와 자본시장법, 세제 개편 관련 입법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무위는 금융규제와 자본시장법, 공정거래 입법을 다루고 재정경제기획위는 세제 개편과 예산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하반기 정기국회도 변수다. 화우는 지방선거 결과를 발판으로 정부·여당이 하반기 정기국회를 '개혁 완성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금융·세제·공정거래·노동 등 주요 입법 과제를 일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방선거 이전까지 금융당국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디지털자산 제도화, 가계부채 안정화,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중심으로 금융·자본시장 규제를 정비해 온 만큼, 하반기에는 이미 발표되거나 추진 중인 제도들이 입법과 집행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책 추진과 관련해 은행권에서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가계부채 관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를 1.5% 수준으로 제시했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A)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이는 조치도 은행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다주택자와 규제지역 대출 심사 강화,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점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 성장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면 외형 성장을 통해 이자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에는 제약이 생긴다. 주담대 RWA 하한 상향 역시 자본비율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더라도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건전성 지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은 최근 부동산 금융, 가계대출, 사업자대출 관리가 동시에 강화되는 흐름에 놓여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안정화를 정책 우선순위로 유지할 경우, 은행들은 하반기에도 대출 성장보다 자본비율 방어와 여신 포트폴리오 관리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고신용 차주 중심의 우량대출 경쟁은 이어지겠지만, 규제지역 주담대와 다주택자 대출, 용도 점검이 필요한 사업자대출 등은 보수적 취급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는 정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부·여당이 생산적 금융 전환과 자본시장 활력 제고를 본격 추진할 경우 국민성장펀드, BDC 활성화, 첨단산업·벤처 중심 자금 유입 확대가 주요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150조원 규모로 가동될 것으로 언급됐고, BDC 활성화도 모험자본 공급 확대 방안으로 제시됐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업금융(IB), 모험자본 중개, 성장기업 투자, 비상장기업 자금조달 분야에서 새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도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을 결합한 펀드 조성, 벤처·혁신기업 투자상품 확대, 장기투자 상품 설계 등을 통해 운용자산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은행 중심 수익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증권·운용·벤처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BDC도 증권가가 주목하는 제도다. BDC는 벤처·혁신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상장 공모펀드로, 성장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혁신기업 자금 공급을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제도 시행 이후 실제 상품화와 시장 안착 여부가 금융투자업계의 새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자본시장 규제 강화는 기회와 부담이 병존하는 영역이다. 보고서는 저PBR 기업 공개, 코스닥 2부제 개편, 밸류업 프로그램 지속,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 신고포상금 확대, 임원보수·중대재해·영문공시 확대 등을 주요 흐름으로 제시했다. 이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투자자 보호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상장사와 증권업계에는 공시·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세제 개편도 금융권의 주요 관심사다. 화우는 자본시장 과세 합리화 과제로 가상자산 과세 정비, 주식 장기보유 특별공제 도입, 배당소득 분리과세,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증권거래세 폐지 검토 등을 제시했다. 다만 맥콜컨설팅그룹은 세제 논의가 증시 활성화와 기업가치 제고 기조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전면적·급진적 방식보다는 단계적이고 선택적인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원구성과 정기국회 일정,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세부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책 추진 동력은 커졌지만, 금융정책의 방향이 업권별로 다르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에는 가계대출 관리와 건전성 규제라는 부담이 커지는 반면, 증권·운용업계에는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 확대라는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금융정책은 규제 완화나 강화 한쪽으로만 보기 어렵고, 가계부채와 건전성 관리는 강하게 가져가면서도 자본시장과 혁신산업 자금 공급은 확대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권은 자본비율과 여신 포트폴리오 관리가 중요해지고, 금융투자업계는 정책자금과 모험자본 확대 흐름을 사업 기회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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