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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소비 흐름과 유행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카드업계가 마케팅 방향을 선회하면서 효율에 방점을 찍었다. 과거 큰 관심을 쏟았던 월드컵 특수에 소극적인 데다, 캐릭터 카드 같은 핀셋 마케팅에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유통업계와 달리 즉각적인 마케팅 대응이 불가능한 카드업계 특유의 구조도 단발성 마케팅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기존 제로 에디션 시리즈를 강화한 '현대카드 ZERO Up(포인트형)'을 공개했다. KB국민카드는 신상품 'ALL·YOU·NEED'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고, 우리카드는 '카드의정석2 DAILY(데일리)'로 라인업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시적인 이벤트성 상품보다는 상시 혜택 중심의 기본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기업 간 업무협약(MOU)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해 신한카드는 블록체인 기업 솔라나와 스테이블코인·웹3.0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고, KB국민카드는 서민금융진흥원과 손잡고 금융 이력이 부족한 청년층의 신용 관리 지원에 나섰다. 삼성카드는 온·오프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무신사 삼성카드'를 선보였다. 일회성 행사보다 지속 가능한 협업 모델을 구축해 내실을 기하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카드사의 영업은 일회성 행사나 캐릭터 협업 카드가 주도했다. 지난 2020년 출시된 '펭수 노리 체크카드'는 발급 1년 만에 60만 좌를 돌파하며 유효기간을 연장했고, 우리카드의 '망거리진곰', 신한카드의 네이버웹툰 '가비지타임', 삼성카드의 '유미의 세포들' 등 인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콜라보 카드가 쏟아졌다.
그러나 올해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포켓몬이 재유행하고 있지만, 관련 마케팅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나미, 삼립 등이 협업에 나서는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캐릭터 카드의 흥행 효과는 검증됐지만, 높은 라이선스 비용 등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유행을 따르기보다 실익을 먼저 따지는 기조가 정착된 결과다.
현재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 마케팅 역시 잠잠하다. NH농협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는 관련 프로모션에 침묵하고 있다. 독점 중계 환경인 데다, 시차로 인해 대표팀 경기가 평일 오전에 집중되면서 흥행 여부가 미지수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이 체코와의 1차전에서 승리하며 뒤늦게 국민적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당장 마케팅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드 상품을 기획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면 통상 1~3개월의 내부 심의와 여신금융협회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분위기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공식 스폰서인 비자(VISA)를 활용한 앰부시(매복) 마케팅 역시 높은 비용 부담 탓에 자취를 감췄다. 일부 카드사들이 비자와 협의를 통해 간접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진행한 사례가 있었지만, 초반 흥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효율을 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행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카드사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비용 관리 역량이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화려한 마케팅 대신 장기적인 상품 경쟁력과 파트너십으로 내실을 다지는 것이 새로운 생존 방식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혜택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카드사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단기 마케팅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부가서비스나 이벤트의 다양성이 감소했다는 시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월드컵의 초반 흥행이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업계 전반적으로 일회성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카드사의 수익성이 저하된 만큼 비용 효율을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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