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코스피 불장 속 홀로 급락세…SK실트론 인수 독 됐나

3거래일 연속 하락세…고점 대비 34% 넘게 떨어져
AI CCL 수요·사업지주사 가치 제고…펀더멘털 견고 관측도


17일 두산은 장중 4%대 하락하면서 3거래일 연속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피가 다시 8700선까지 회복하면서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주사들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배당이나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의지가 외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주요 대형 지주사들의 견고한 펀더멘탈에 힘입어 업종별 강세 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그러나 같은 지주사인 두산은 흐름이 달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한 것은 물론 거래량도 이틀 연속 10만주를 넘지 못하는 등 소외된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오후 1시 45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53% 내린 162만2000원에 거래 중이다. 하루 만에 9.86% 급락한 지난 15일부터 3거래일 연속 파란불을 켰으며, 이 기간 하락률은 14.45%다.

지난 1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248만9000원) 대비로는 34.83% 하락해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대형 우량주가 빠르게 급락세로 돌아선 셈이다.

시장에서는 두산의 주가를 끌어내린 가장 결정적인 배경으로 SK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계열사인 SK실트론 인수 불발 우려를 꼽는다. 애초 두산은 SK그룹의 자산 효율화 과정에서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계약 성사를 앞두고 있었다. 두산이 자체 생산하는 고사양 동박적층판(CCL) 등 반도체 소재 사업과 시너지가 부각되며 주가 역시 가파르게 치솟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SK그룹 이사회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SK 측이 SK실트론 매각 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사의 딜 무산 가능성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웨이퍼 가치가 치솟자, 더 높은 몸값을 요구하는 SK 측과 실적 둔화 흐름을 이유로 가격 조정을 원하는 두산 간의 눈높이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권마저 두산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시중은행들이 협상 장기화를 우려해 SK실트론 인수금융 자금 조달 논의를 잠정 중단하면서, 시장은 이를 거래 중단으로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자금줄마저 막힐 위기에 처하자 이미 200만원을 넘어선 주가를 바라본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급락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두산 관련 주식에 대한 주주들의 피로감도 일부 관측된다. 과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추진 당시 불거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잡음을 겪은 주주들이 이번 인수합병(M&A) 난항 소식에 다시 흔들리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도 대형 M&A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자금 조달 부담과 재무적 기회비용이 커져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코스피가 오르는 강세장 속에서 기관과 외인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깔린 두산 비중을 줄이고 다른 우량주로 갈아타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두산의 펀더멘털 자체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는 두산의 엔비디아향 AI 반도체 소재 공급 성장세와 수익성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222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리포트를 내며 과도한 낙폭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하이엔드 CCL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향 공급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맞물리면서 전자BG의 이익 체력이 한 단계 높아지고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수주 확대가 지분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두산테스나와 세미파이브를 중심으로 반도체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도 진행되고 있어 사업지주사로서의 가치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kuns@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