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패션
오메가,'스피드마스터 이벤트'로 우주 탐험 정신과 미래 비전 공유

더팩트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다.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지지와 연대가 있으면 세상 끝 바다에 이를 수 있다. 배움의 공간이자 사회와 처음 만나는 학교는 '달팽이의 꿈'을 이루는 첫 단추다. 하지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환경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학생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고, 학부모는 돌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며, 특수교사는 과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진학은 물론, 졸업 이후 자립까지 특수교육을 둘러싼 과제는 교실 안팎에 걸쳐 있다. <더팩트>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 학생들의 공존을 위한 특수교육의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5회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진주영·정인지·안디모데·김태연·이예리 기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이 지향하는 핵심은 통합교육과 개별화교육이다. 또래와 함께 배우는 것은 물론, 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과밀학급과 교원·지원인력 부족 등으로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재 자체가 장애 이해 교육"…통합교육은 아직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교육 방식이다. 장애 학생에게는 사회성을 기를 기회를 제공하고, 비장애 학생에게는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험이 된다.
정예현 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회장은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김승민(가명·15) 군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 "넌 존재 자체로 친구들과 사회에 장애이해 교육을 하는 아이야." 하지만 통합교육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정 회장은 "통합교육을 선택했다가 특수학교로 옮기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며 "장애 학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학교도 많고, 지원 인력 역시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내고 있는 40대 이은선 씨 역시 처음에는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길 희망했다. 이 씨는 "동급생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기르고 친구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모델링 효과'를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아이가 다닐 수 있는 일반학교를 알아봤더니 음악이나 미술은 함께 수업을 듣더라도 국어·영어·수학 같은 주요 과목은 사실상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특수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통합교육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학교 특수학급에서 근무하는 황모(45) 씨는 "통합교육을 위해선 일반학급 교사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는데, 수업 준비만으로도 벅찬데 일과 중 생활지도까지 함께 논의하려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학생 한 명을 위해선 세심한 협의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학생마다 다르게 가르치라지만…개별화교육은 형식적
통합교육과 함께 특수교육의 또 다른 축은 개별화교육이다. 학생의 장애 특성과 발달 수준에 맞춰 교육 목표와 수업 내용을 개별 설계하는 제도다. 특수교육법은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학생별 목표를 설정하고 수업 자료를 제작하며 평가까지 진행하는 개별화교육계획(IEP)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보호자와 특수교사, 일반교사 등으로 구성된 개별화교육지원팀은 매 학기 시작일부터 30일 이내 개별화교육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교사 한 명이 여러 학생을 동시에 담당하는 현실에서 개별화교육을 계획대로 충실히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유아 특수교사로 일하는 김모(34) 씨는 "학생 4명을 기준으로 계획서 작성에만 2주 정도 걸린다"며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 교육 방법, 교육 내용을 학생별로 설계하고 보호자 상담과 진단평가까지 거치다 보면 법정 기한인 30일이 빠듯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 정모(36) 씨는 "학생마다 교육 목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여러 개의 수업을 동시에 준비하는 셈"이라며 "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과서를 다시 구성하고 자료를 만드는 일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특수학교 교사 지모(51) 씨 역시 "특수교육은 학생마다 장애 정도와 교육 목표가 달라 교사가 IEP를 세우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학생 수가 많아질수록 개별 지원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학습장애학회장을 맡고 있는 나경은 중부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IEP는 학생의 특성과 교육적 요구를 반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 문서여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장에선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 속에서 계획 수립과 운영을 모두 감당하다 보니 개별화교육의 내실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국내 최초 지체장애 특수학교 연세대재활학교의 도전
결국 개별화교육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인력이나 시설 등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 있는 연세대재활학교는 국내 최초의 지체장애 특수학교다. 한국전쟁 이후 지체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시설이 부족하던 지난 1959년 세브란스 소아재활원에서 출발해 1964년 학교법인 연세대가 정식 설립했다. 현재 연세대재활학교에는 교사 45명이 학생 104명을 가르치고 있다. 교원 1인당 학생수는 2.9명, 학급당 학생수는 5명 수준이다.
연세대재활학교는 학생들의 장애 특성에 맞춘 수업과 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을 단순히 학년별로만 구분하지 않고 관심사와 역량, 발달 수준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교사들이 학생별 목표에 맞춰 교재와 수업 자료를 직접 재구성하는 등 IEP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내에는 인공지능(AI) 체험실과 가사실, 감각통합실 등 다양한 특별실도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각자의 교육 목표와 시간표에 따라 특별실을 이용한 뒤 다시 교실로 돌아와 수업을 이어간다. 특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곳은 감각통합실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앉아 보내야 하지만, 감각통합실에서는 매트 위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교과 수업 역시 학생별 수준에 맞게 재구성된다. 교사들은 학생별 목표에 맞춰 교재를 다시 만들거나 여러 교과를 통합해 수업 자료를 제작한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학생별 언어 수준과 인지 능력에 맞춘 자료도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박영 연세대재활학교 교감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위한 교과서가 따로 나오지만 모든 아이들이 하나의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IEP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교과를 섞어서 교과서를 재구성하기도 하고, 놀이 중심 활동 안에 교과 내용을 녹여내는 방식으로 별도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합교육과 개별화교육이 특수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학교 안팎의 지원 체계가 긴밀히 연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정숙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통합교육은 양적으로는 진전됐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통합교육은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수업 참여가 이뤄져야 완성된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특수교사는 특수학급 학생들만 가르치기에도 의무 수업 시수가 거의 다 차 협력할 시간조차 부족한 구조"라며 "학교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함께 파악하고 외부 전문 인력과 연계해 지원하는 체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도 "장애 학생들의 특성과 지원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교사 개인이 모든 문제를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특수교육법 개정을 통해 통합학급 지원과 전문가 연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수교육은 교육과정뿐 아니라 상담·행동중재·치료지원 등 관련 서비스가 함께 운영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학생들이 학교 밖 기관을 찾아다니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가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 교사와 협력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학생과 교사 모두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pearl@tf.co.kr
inji@tf.co.kr
elahep1217@tf.co.kr
pado@tf.co.kr
yeri@tf.co.kr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