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지연에 오접속 논란까지…한국투자증권, 신뢰 회복 과제

1분기 전산사고 배상액 8억3068만원

한국투자증권에서 전산장애 배상과 수익률 오표기, 계정 오접속 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투자증권에서 전산장애 배상과 수익률 오표기, 계정 오접속 논란이 잇따르면서 시스템 안정성과 내부통제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산 오류가 수억원대 배상으로 이어진 데 이어 계좌 정보와 관련된 문제까지 반복되면서 고객 신뢰 회복이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전산사고 관련 배상액은 8억3068만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증권사 13곳의 1분기 전산사고 배상액 13억5238만원 가운데 60%를 웃도는 규모다. 해당 금액은 1분기 중 접수된 개별 배상금의 합계다.

한국투자증권은 "매수·매도 주문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 사례에 대해 인과관계를 확인한 뒤 개별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주문 지연에 따른 보상금이 누적 집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익률 오표기에 계정 오접속…신뢰 흔들리는 계좌 시스템

최근에는 계좌 수익률 표기 오류도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5일 공지를 통해 이달 11일 매도 체결이 이뤄진 일부 계좌에서 수익률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체결 기준 잔고의 매입단가가 잘못 반영된 데 따른 오류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해당 내용 관련 조치 중"이라며 "예수금과 주문 관련 잔고는 정상이고 주문에도 이상이 없다"고 안내했다. 이어 "정상화 조치 전까지 정확한 수익률은 애플리케이션 총자산 상세 내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다음 날인 16일 오류가 정상화됐다고 공지했다.

수익률은 투자자의 매도·보유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보다. 실제 예수금과 주문 잔고에 문제가 없더라도 화면상 수익률이 잘못 표시될 경우 투자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수익이 손실로 표시됐다는 불만이 나온 배경이다.

지난 3월에도 한국투자증권 일부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보유 수량과 수익률 등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일부 투자자는 잘못된 수익률을 보고 보유 종목을 매도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투자증권의 MTS 전산장애는 총 11건으로 집계됐다.

보안 관련 논란도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운영하는 개발자 지원 플랫폼 'KIS 디벨로퍼스'에서는 지난 1일 한 이용자가 API 인증키 발급을 위해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타인 계정으로 접속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KIS 디벨로퍼스는 국내외 주식 시세 조회와 거래 주문 등 한국투자증권의 트레이딩 서비스를 오픈API 방식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해당 이용자는 로그아웃 전까지 타인 계정에 담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정보는 가려져 있었고 비밀번호나 금융거래 정보는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류 발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즉시 조치를 완료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 과태료·미보고 제재까지…내부통제 시험대

전산 관리 소홀에 따른 금융당국 제재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전산프로그램 변경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 의무를 위반한 한국투자증권에 과태료 1억원을 부과했다. 퇴직자 2명은 주의 상당의 위법·부당행위 처분을 받았고 직원 관련 사항 2건은 자율처리로 결정됐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의 여러 부서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프로그램 변경 과정에서 제3자 검증을 생략하거나 책임자 승인 없이 운영시스템에 직접 수정 사항을 적용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전산 프로그램 변경은 주문·잔고·환전 등 고객 거래와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검증과 승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장애 재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금융당국은 검증·테스트·보안 절차 미흡으로 매매·주문 업무가 약 1시간32분 중단되는 전산장애가 발생했고, 환전 업무 오류로 약 3500만원의 회사 손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프로그램 오류가 아니라 변경 관리 체계 전반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전산 문제와 별개로 법정 보고 의무 미이행에 따른 제재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한국투자증권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대리인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도 이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과태료 12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11월 1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된 법인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지만 해당 사실을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태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근 전산 오류와 보안 논란이 잇따른 상황에서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산장애는 한 번 발생해도 주문 지연과 손실 보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고객 체감도가 크다"며 "사후 보상뿐 아니라 원인 공개와 재발 방지책의 구체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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