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프리마켓 신설 연기 결정, 증권사는 왜 망설이나

애프터마켓만 9월 우선 시행 결정
수수료 마진 협상·이상 거래 책임 등 신중론도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 14일부터 애프터마켓을 우선 개장한다. 동시 도입이 추진된 프리마켓은 내년 말 개장으로 연기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오는 9월 도입 예정이던 주식시장 프리마켓 신설을 전면 연기하고 애프터마켓만 우선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투자자 편의 확대를 목적으로 동시에 추진되던 두 카드 중 프리마켓만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거래소는 최근 애프터마켓 개장 시점을 오는 9월 14일로 확정하면서 프리마켓은 내년 말 개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프리마켓은 정규장이나 애프터마켓으로 미체결 주문이 이전되는 시스템 개발 시점과 연계할 수 있을 때 열고, 애프터마켓 역시 증권사들과 실무 협의를 거쳐 세부 시행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충분한 시스템 개발 기간 확보를 위해 애초 올해 6월이었던 개설 시점을 9월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으나, 추진 과정에서 업계 부담이 지속 제기돼 시행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막판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으로, 증권사들이 정규장 외 거래 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여건을 꼽는다. 표면적으로는 거래 시간 연장을 통한 투자자 서비스 확대를 지지해 왔으나 프리마켓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전산 비용이나 고정비 가중 등을 우려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해외 주식 데스크와 중복 투자 문제, 노동 환경 변화에 따른 내부 반발을 크게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 아침인 새벽 시간대부터 거래 시스템을 가동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전문 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하는데, 비용 대비 효율성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증권사 간 규모 차이도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동시 도입을 망설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대형사에 비해 인프라가 적은 중소형사들은 거래시간 연장이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제고에 도움 될지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경영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시행이 결정된 애프터마켓은 정규장 마감 후 거래 연장선상에서 대응할 수 있어 프리마켓보다 관련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프리마켓 개장 연기 결정으로 전산 투자와 인력 운용 압박에서 숨통을 틔우게 됐다는 반응도 일부 조성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을 따르고 투자자 편의성 제고 등 취지에 공감하나 증권사가 감당할 고정비 부담이 컸던 사안"이라며 "거래소가 실무적 한계를 반영해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하반기 증권가에서는 시스템 투자 비용 분담안을 차분히 논의하면서도 9월 시행될 애프터마켓의 시장 안착에 우선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비용 부담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개장 시간 연장으로 늘어나는 거래대금에 따른 수수료 배분 구조와 이상 거래 감시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가져가는 매매체결 수수료와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 배분을 놓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가 시스템 구축과 운영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상 거래 모니터링에 대한 책임 공방 역시 증권사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프리마켓 특성상 정규장에 비해 거래량이 적어 시세 조종이나 이상 거래 리스크가 높은데, 미체결 주문 이전 과정에서 1차 감시 책임을 두고 양측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일정을 미뤄주면서 일단 숨통은 트였지만 내년 말 도입 전까지 수수료 요율 체계나 리스크 분담 같은 실리적인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지는 숙제"라며 "증권사들로서는 마진 확보나 법적 책임 소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므로 당분간 거래소와 세부안 조율 과정을 지켜보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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