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가야 장인들의 숨결, 고령 합가리서 다시 피어나다

완형 토기 남은 가마 발견…대가야 토기 생산 비밀 푼다
134억 원 역사문화권 정비사업 본격화…'가야 토기마을' 복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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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군은 26일 쌍림면 합가리 토기가마유적에서 열린 3차 발굴조사 성과 공개행사를 통해 확인된 주요 발굴 성과를 29일 밝혔다. /고령군

[더팩트ㅣ고령=정창구 기자] 1500년 전 붉게 달아올랐던 가마의 불길은 꺼졌지만, 그 흔적은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있었다.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평범한 야산처럼 보이는 이곳이 사실은 대가야 토기를 가장 많이 만들어낸 거대한 생산기지였다는 사실이 발굴조사를 통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고령군은 지난 26일 쌍림면 합가리 토기가마유적에서 열린 3차 발굴조사 성과 공개행사를 통해 확인된 주요 발굴 성과를 29일 밝혔다.

이날 공개된 현장에서는 대가야 토기를 구워냈던 가마와 폐기장, 그리고 수천 점에 이르는 토기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적만 해도 토기가마 6기와 폐기장 8곳. 규모와 밀집도 모두 현재까지 조사된 대가야 토기 생산유적 가운데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가마 내부에 그대로 남아 있던 완형 토기였다. 대부분의 가마는 오랜 세월이 흐르며 훼손되거나 토기가 반출된 상태로 발견되지만, 이번에는 당시 작업이 멈춘 순간을 그대로 간직한 듯 토기가 남아 있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자료를 통해 삼국시대 토기 제작과 가마 운영 방식, 생산 시기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학계 관계자들은 "유적의 규모와 분포, 구조적 완전성 측면에서 지금까지 조사된 가야권역 토기 생산유적 가운데 대표적인 대규모 생산유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높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했다.

이번 발굴은 국가유산청의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 사업으로 추진됐으며, 2024년 1차와 2025년 2차 조사에 이어 진행된 세 번째 조사다.

이번 발굴은 국가유산청의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 사업으로 추진됐으며, 2024년 1차와 2025년 2차 조사에 이어 진행된 세 번째 조사다. /고령군

특히 합가리 일대에는 총사업비 134억 원을 투입하는 역사문화권 정비사업도 예정돼 있다. 단순한 발굴에 그치지 않고 유적을 체계적으로 보존·정비해 대가야 토기 생산문화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남철 고령군수는 "지속적인 발굴과 학술연구를 통해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고, 합가리 토기가마유적을 역사문화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해 '대가야 역사문화도시'의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1500년 전 장인들이 토기를 빚고 불을 지폈던 합가리. 그들이 남긴 가마는 이제 단순한 유적을 넘어 대가야의 기술력과 문화, 그리고 고령의 미래를 잇는 새로운 역사 자산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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