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2000兆 반도체' 온다…출렁인 '삼전닉스' 다시 달릴까

29일 오후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증권가, 삼전 58만5000원·하닉 430만원까지 제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29일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계획이 발표된다. /청와대

[더팩트|윤정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29일) '2000조원 반도체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공개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와 실행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이번 발표가 최근 출렁인 반도체주에 다시 상승 동력을 제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 호남 반도체 논란 직접 반박한 李…'메가프로젝트' 향방은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인 28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야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특정 지역 투자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대규모 산업용수를 호남권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프로젝트에 총 2000조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했다. 호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거점을 연계하는 구상이 거론되면서 투자 규모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이 대통령은 용수 부족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 못지않은 수자원이 있다며, 농업용수 중심의 관리 체계를 산업용수 공급 체계로 전환하면 하루 100만톤 규모 공급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용수가 부족한 곳에 공장을 짓지는 않을 것이며, 정부도 그런 결정을 권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기업 투자 압박 논란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강요가 아닌 행정 지원과 기반 조성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논란 차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청사진은 이날 오후 공개된다. 이 대통령은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등이 정책 방향을 설명한다. 삼성전자와 SK그룹도 기업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보고회의 핵심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다. 2000조원 투자설이 시장의 관심을 키운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투자하고 어떤 일정으로 집행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발표의 무게감도 커지고 있다.

◆ 롤러코스터 탄 '삼전닉스'…정책 발표가 반등 불씨 될까

증시도 이날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대표주이자 코스피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 종목이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 구상이 구체화되면 정책 기대와 업황 개선 기대가 함께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두 종목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25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29%(1만8000원) 오른 35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13.06%(33만7000원) 급등한 291만7000원에 마감했다. 미국 마이크론의 호실적 발표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대감이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분위기는 하루 만에 반전됐다. 지난 26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30%(1만9000원) 내린 33만9500원, SK하이닉스는 8.36%(24만4000원) 하락한 267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는 장중 8% 넘게 밀리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종가 기준으로도 5.81%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등락을 두고 반기 말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으로 한국 및 반도체 비중이 크게 확대된 계좌를 중심으로 장전 동시호가부터 외국인 바스켓 매도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구조적 이탈이라기보다는 반기 말 포지션 조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발표는 최근 커진 주가 변동성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2000조원 투자 구상이 시장 기대를 충족하면 반도체주 재평가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발표 내용이 투자설에 비해 구체성을 갖추지 못하거나 기존에 알려진 수준에 그칠 경우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다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더팩트 DB

◆ 정책 기대는 커졌지만…실적이 분수령

다만 정책 모멘텀만으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메가프로젝트 투자 구상은 장기 성장성을 설명하는 재료에 가깝다. 실제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면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확인돼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가도 투자 발표와 별개로 2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리거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 배경도 단순한 정책 기대보다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있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HBM 공급 확대가 실적 추정치 상향의 핵심 근거로 꼽힌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4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8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가격 상승 구간에서 가장 유리한 구도인 동시에 HBM4 효과도 맞물리며 경쟁사들 가운데 이상적 이익 흐름이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평균판매단가(ASP) 전망치를 높여 반영하면서 올해 연간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대신증권도 지난 25일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주가 56만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변동성이 심화되며 때아닌 고점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나 이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며 "이익과 주주환원의 동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2분기에는 DS부문 성과급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는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2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163만원에서 43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장기공급계약(LTA)과 HBM을 기반으로 이익 변동성을 낮추고 있다며, 과거 메모리 업종에 적용되던 저평가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80만원에서 420만원으로 높였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이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편입 가능성을 기대한다"며 "HBM 가격 상승 전망을 반영해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달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SK하이닉스도 내달 중 실적을 공개한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HBM 공급 확대가 실제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일회성 비용과 제품 믹스 변화가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향후 주가 흐름을 가를 전망이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5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33만9500원) 대비 4.42%(1만5000원) 하락한 32만45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33만1000원으로 개장한 삼성전자는 장중 32만원까지도 빠졌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259만원으로 전 거래일(267만3000원)보다 3.22%(8만6000원) 하락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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