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높고 세 부담은 낮아"…보유세 중심 과세 전환론 제기

부동산 보유세 관련 '자산과세 정상화 토론회' 열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토지분 과세 강화 필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산과세 정상화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보유세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미나 기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보유세 중심의 자산과세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낮은 보유 부담이 부동산 자산 쏠림과 불로소득을 키우고 있는 만큼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과 공제 혜택 축소, 토지분 과세 강화 등을 통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산과세 정상화 토론회 - 부동산 과세 왜곡과 자산 불평등, 보유세 중심 체계 전환 모색'에서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며 "경제 규모 대비 부동산 가격은 높고 조세 부담률은 낮다는 평가가 있어서 부동산에 대한 자산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도 여러 차례 보유세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는 대체로 낮아 많이 보유해도 부담이 적다"며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을 지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하며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2023년 이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으로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기본공제 확대와 세율 인하, 다주택자 중과 폐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가 함께 이뤄지면서 자산 규모에 비례한 과세 원칙이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의 웬만한 주택은 종부세를 면하는 세제를 만들어놨다. 일부 구의 아주 높은 가격 주택에만 과세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정상화 방안으로는 과세 기준 객관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기본공제를 고정 금액 방식으로 두기보다 전국 주택 중위 공시가격의 일정 배수처럼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상향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산세에 대해서도 "30~70% 수준에서 100%로 상향해야 한다"고 했다.

공제 혜택 조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1세대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고령자·장기보유 공제 등은 고가 자산 보유자에게 과도한 세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며 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토지분 종부세에 대해서는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주택·건물과 구분해 토지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조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추려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보유세를 집중적으로 많이 걷어야 한다"며 "세수 확보와 투기 억제 측면을 고려하면 양도세를 많이 낮출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종부세 사용처도 조세 수용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종부세는 재정 불균형과 지역 균형발전 명목으로 지자체에 교부되고 있다"면서도 "종부세를 강화하려면 왜 더 강화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차원에서 사용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이나 임대료 지원, 낙후지역 기반시설 확충 등 자산과세가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는 점이 보이면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 강화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산 기반 불평등과 불로소득 중심의 축적 구조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며 "보유 과세와 양도소득 과세는 모두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낮춰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도 보유세 강화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토지와 주택의 시가총액이 GDP의 7배를 초과하는 구조"라며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 구조와 투자 방식으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이 공공복리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에 어긋날 경우 정부가 세제를 통해 필요한 조정에 나서는 것은 헌법 가치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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