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미니보험…보험업계서 '조용한 퇴장' 왜?

IFRS17 도입 후 장기보험 쏠림…인터넷보험사 전략 선회
수익보단 마케팅 역할…미래 먹거리 기대 빗나가


한때 보험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던 미니보험이 이제는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 /더팩트DB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한때 보험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던 미니보험이 이제는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 보험 가입 익숙치 않은 2030세대와 마중물 역할도 기대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 제도를 도입했다. 최소 자본금 요건을 기존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낮춰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췄다. 일부 장기보장 상품과 자동차보험, 원자력보험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일부 종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는 지점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가입 절차도 모바일을 통해 간소화하면서 캐롯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인터넷 보험사들이 시장 확대를 주도했다. 이어 기존 원수보험사도 관련 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미니보험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상당수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만큼 설계사 수수료 부담이 없고, 보장 규모도 크지 않아 손해율 관리가 수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 보험상품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앞세우면 상품 구성도 다채로워지는 만큼 경쟁 난이도 또한 낮을 것으로 기대했다.

생명보험사들도 미니보험을 새로운 기회로 봤다. 사망보험금이나 연금 등 장기 보장 중심이던 기존 상품군에서 벗어나 골절 진단비와 깁스 치료비 등 손보사의 영역에 진입하면서다. 지난해 4분기 ABL생명은 깁스보험을 출시했다. 이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올해 키즈폰 이용 어린이를 위한 특화보험을 공개했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은 빗나갔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유사한 콘셉트의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세웠고, 차별성도 희석됐다. 유행에 따라 유사 상품을 내놓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최근 '러닝보험' 경쟁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보험사를 중심으로 러닝보험이 공개되면서 손보사들도 다이렉트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골절 검사비, 수술비, 재활치료비와 함께 러너스니 수술비 특약까지 담아 대응했다. 수익보다 상표가치와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한 마케팅 성격이 강해졌다는 평가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도 미니보험의 입지를 좁힌 요인이다. 장기보험은 계약 체결 시 미래 이익을 보험계약마진(CSM)으로 인식할 수 있어 실적 개선에 유리하다. 반면 미니보험은 보장 기간이 1년 안팎으로 짧아 계약 시점에 인식할 수 있는 CSM 규모 자체가 미미하다. 업계가 CSM 확대를 핵심 경영지표로 삼으면서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다.

인터넷보험사도 사업 전략을 장기보험 중심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영유아보험과 건강보험, 운전자보험 등 장기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하나손해보험도 장기운전자보험과 장기체류보험 등을 앞세워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쟁 분야도 변하고 있다. 이색 상품 경쟁보단 인공지능(AI) 기반 언더라이팅과 건강관리 서비스, 헬스케어 플랫폼 연계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단계다.

일각에서는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목한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브로커와 도모해 여행자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확산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여행자보험의 휴대품 손해 담보를 악용한 보험사기를 조사한 결과, 서류조작과 피해물 끼워넣기, 동일물품 허위·중복 청구 등을 통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수령한 건수가 총 191건이라고 집계했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던 만큼 SNS와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한 사기 수법 공유도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인원 중 20·30대 비중은 각각 13.7%, 18.1%에 달했다.

한동안 미니보험은 마케팅 수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미니보험의 전성기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손해율 관리 부담까지 겹칠 경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미니보험은 원수보험료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개성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지만, 결국 유행을 따라가게 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라며 "손해율 관련 고민에 더해 IFRS17 도입이 장기보험의 중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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