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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구미=정창구 기자] 20년 전만 해도 악취가 진동하던 쓰레기 매립장. 누구도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던 그곳이 이제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작품을 남기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올여름 구미 다온숲에서는 조금 특별한 장면이 펼쳐진다. 형형색색 수국이 숲을 뒤덮은 길 끝에서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스티븐 해링턴의 황금빛 조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쓰레기산'이 '미술관'이 된 순간이다. 오는 11~12일 열리는 '2026 구미 다온숲 수국&조각 축제'는 단순히 꽃을 구경하는 행사가 아니다.
버려진 공간이 어떻게 문화와 예술의 무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다.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왜 구미를 선택했을까
스티븐 해링턴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팝아트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나이키와 크록스, LG전자, 코카콜라, 베이프 등 글로벌 브랜드가 앞다퉈 협업을 요청했고, 2028 LA올림픽 공식 로고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런 세계적인 작가가 이번에는 서울도, 부산도 아닌 구미의 숲에 작품을 남긴다.
축제를 위해 제작한 신작 'Reflections(비춤과 성찰)'은 해링턴의 대표 캐릭터 '멜로(MELLO)'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작품 전체를 황금빛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흑백 중심 작업에서 벗어나 자연 속 햇빛과 수국의 색감을 담아낸 이번 작품은 다온숲에 영구 설치된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구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변화
다온숲이 특별한 이유는 꽃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이곳은 20여 년 동안 생활폐기물이 쌓이던 매립장이었다.
누군가는 외면했던 공간이 지금은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이 뛰어놀며, 연인들이 사진을 찍는 숲이 됐다.
올해는 새로 심은 5000여 본을 포함해 모두 42종 3만4000여 본의 수국이 여름 숲을 가득 채운다.
파란색, 보랏빛, 분홍빛 수국 사이로 현대 조각 작품이 놓이고, 그 풍경 속을 시민들이 천천히 걸어간다.
마치 숲 전체가 하나의 야외 미술관이 된 듯한 풍경이다.
◇세계적인 작품도, 아이들의 웃음도 함께
축제는 어렵고 낯선 예술이 아니다.
스티븐 해링턴이 직접 시민들과 만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리고, 가수 이기찬의 공연이 여름밤을 채운다.
아이들은 멜로 색칠놀이와 화분 만들기, 도어벨 만들기, 물총놀이를 즐기고, 부모들은 수국길을 걸으며 조각 작품을 감상한다.
세계적인 예술과 가족 나들이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셈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를 위해 숲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도 운영해 누구나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구미가 보여주는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
이번 축제의 주인공은 사실 꽃도, 조각도 아니다.
진짜 주인공은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변화'다.
산업도시로 알려진 구미가 이제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쓰레기를 묻던 땅 위에 수국이 피고,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 들어섰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숲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시가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다.
이번 여름, 다온숲은 꽃을 보는 곳이 아니라 '기적을 걷는 숲'이 될 것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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