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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고교야구 경기 도중 5·18 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광주일고를 찾아 직접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선수 36명 전원과 지도자, 학부모, 교직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등 86명은 6일 오후 3시쯤 광주일고를 방문해 광주일고 야구부와 학교 관계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날 자리에는 이효준 배재고 교장과 정찬성 교감, 야구부장 교사, 야구부 감독 등 배재고 관계자와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 야구부 부장 교사, 양교 야구부 지도자와 선수들이 참석했다.
배재고 선수단은 주장 A군이 직접 쓴 사과문을 낭독하기 전 광주일고 선수단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A군은 "광주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불편하셨을 텐데 귀한 시간을 마련해주신 광주일고에 감사드린다"며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야구를 떠나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선수로서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배재고 선수단은 사과문 낭독 뒤 다시 한번 90도로 인사하고 광주일고 선수 대표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배재고 야구부 감독 B씨도 자필 사과문을 통해 책임을 인정했다.
B씨는 "광주일고를 향한 저희 야구부 학생 선수들의 지역 비하 응원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라며 "학생들을 잘 이끌고 가르쳐야 할 지도자로서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경기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동업자 정신, 학생선수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제대로 가르치고 인도하지 못했다"며 "저의 언행과 지도 방식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지 못한 듯해 더욱 자책하며 부끄럽다"고 반성했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도 "이번 일로 많은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며 "배재고는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고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가슴 깊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배재고 교직원들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니라 윤리의식과 역사 인식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교직원들은 "이번 사태를 윤리의식과 역사 인식의 총체적 붕괴에서 비롯된 사례로 보고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자체 진상조사와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며 여러 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일고 측은 배재고 학생들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교육적 회복을 강조했다.
광주일고 야구부 주장 C군은 "저희도 다른 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하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일고 야구부 감독 D씨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실수는 반성하면 된다"며 "서로 화해하는 것이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D씨는 "배재고와 언제 다시 그라운드에서 경기한다면 좀 더 멋지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배재고 학생들을 향해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다독였다.
이 교장은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더 잘 살아가는 것"이라며 "다음에 다시 만나 서로 마음껏 실력을 펼치고 멋진 웃음을 주도록 약속하자"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잘못 이끈 것은 어른의 책임"이라며 "양교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발전하고 변화된 모습으로 여러 사람 앞에 당당히 서는 것이 진실한 화해와 용서의 자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때 배재학당 학생들도 함께한 것으로 안다"며 "광주일고와 배재고 모두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명문학교인 만큼 선배들이 이룬 전통이 한순간의 실수로 부정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교 선수단은 사과 이후 광주일고 교내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도 함께 참배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광주일고 전신인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 1929년 광주~나주 통학 열차에서 일본인 학생들과 충돌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으며,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독립운동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광주일고 정문과 후문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찰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다.
현장에는 일부 시민과 유튜버 등이 몰리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경찰 제지로 직접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배재고 방문단은 광주일고에서 사과 일정을 마친 뒤 오후 3시 55분쯤 버스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했다.
묘역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시교육감도 함께했다.
정 교육감은 "광주일고 학생 선수들과 관계자, 광주시민,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행동을 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회복을 전개하겠다"며 "교육공동체와 시도 교육청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공동참배는 사과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의 과정이자 민주주의를 배우는 뜻깊은 실천"이라며 "잘못을 돌아보고 서로 이해하며 미래의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새 출발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문단은 5·18묘역에 헌화와 묵념을 하며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되새겼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 배재고 경기에서 시작됐다.
당시 배재고 일부 학생 선수들은 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구호는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하며 '5·18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쓴 논란과 맞물려 5·18 조롱과 지역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배재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일부 학생 선수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로 광주일고 선수단과 학부모, 동문, 광주시민에게 상처와 실망을 줬다며 사과했다.
배재고는 선창한 학생과 '탱크데이'라고 소리친 학생 등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교장·교감 등 관리자 책임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출전 정지와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남은 경기 몰수패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8일부터 배재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역사교육과 인권교육, 차별·혐오 표현 방지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다음 달 21일까지 관내 모든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인권교육, 학습권 보장, 학교운동부 운영 실태 등을 지도·점검한다.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혐오·차별 표현 금지와 건전한 응원 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자료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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