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유가담합' 인정되면 집단소송 가능…손해액은 고차방정식

정유사 유죄 확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국제 유가 등 변수 많아 손해액 산정 까다로워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6일 공정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법인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26조 원 경쟁 제한 규모의 유가 담합 혐의로 정유사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소비자와 주유소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형사재판에서 담합 사실이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는 과정은 복잡다단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지난 6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법인을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 A 씨는 구속기소, 책임매니저 B 씨와 법무실장 C 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D 씨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기름과 석유제품 공급가를 임의로 설정해 가격을 담합하고, 직영주유소와 자영주유소 간 납품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쟁 발발 이전 상당량의 원유를 비축해 둔 상태라 가격 급등의 사유가 없었는데도 상대 회사와 가격을 논의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담합 사실이 인정할 경우 집단소송 형태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형사재판에서 담합 사실이 확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담합된 가격으로 주유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개별 피해액이 크지 않아 소송 비용 부담이 더 클 수 있지만, 집단소송 형태라면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한 손해배상 소송이 인용돼 확정된 전례도 있다. 2000년대 초 국내 밀가루 제조·판매사 8곳이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담합하자, 밀가루를 매입한 삼립식품은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원맥 가격과 환율 등을 반영한 회귀분석으로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됐을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해 손해액을 인정했다. CJ제일제당은 12억3537만 원, 삼양사는 2억2794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삼립식품이 밀가루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해 손해가 줄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지난 4월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 안내판에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박상민 기자

다만 이번 사건은 밀가루 담합 사건보다 손해액 산정이 더 복잡할 전망이다. 통상 손해액은 실제 거래가격에서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됐을 '가상의 정상가격'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외부 변수까지 겹쳐 있어 가격 상승분 가운데 담합의 영향이 어디까지인지 가려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주유소마다 판매가를 자율적으로 매긴다는 점도 개별 손해액 산정을 까다롭게 만든다.

법무법인 위온 이영훈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담합을 한 대기업 등으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매한 '직접구매자'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유통망이나 다른 도소매상을 통해 한 단계 거쳐서 구매한 '간접구매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중간 유통과정을 거쳤더라도 '담합 때문에 최종적으로 비싼 가격에 사서 피해를 입었다'는 인과관계만 입증할 수 있다면 법적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담합이 없었을 때의 '정상 가격'과 실제로 산 '담합 가격'의 차액을 원 단위로 특정 가능한지 등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며 "특히 유가의 경우 환율, 산유량 등 외부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이 부분이 현실적인 난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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