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후계 굳힌 한상철…'승계 재원·온코닉 내부거래 의존' 과제

자큐보 흥행·흑자전환 업고 후계 입지 강화
수백억 승계 재원 숙제…온코닉 미등기임원 논란도


제일약품그룹의 오너 3세 한상철 제일약품 대표가 지난달 부친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보통주 7만주를 매입하며 지분율을 10%대로 끌어올렸다. /제일약품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제일약품그룹의 오너 3세 승계 작업이 마침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한상철 제일약품 대표는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율 10%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선명히 하고 있다. 거버넌스 정비와 신약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 명분은 쌓아가고 있지만, 부친의 지배력을 넘겨받기 위한 승계 재원 마련과 자회사 내부거래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상철 대표는 지난달 23일 부친인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보통주 7만주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규모는 약 5억1000만원이다. 이번 거래로 한 대표의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율은 기존 9.70%에서 10.14%로 상승하며 처음으로 10% 선을 넘어섰다. 한 회장의 지분율은 57.80%에서 57.36%로 소폭 감소했다.

제일약품그룹의 지분 변동은 2018년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 이후 약 6년 만이다. 당시 차남인 한상우 마케팅본부 전무(현재 지분율 2.85%)와의 격차를 벌리며 후계 구도를 공고히 했던 한 대표는 이번 지분 추가 획득으로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한 대표의 자녀인 오너 4세 한지윤·한동윤 씨도 증여를 통해 주주 명부에 등장하는 등 오너 일가의 지분 정비가 전방위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다만 완벽한 세대교체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947년생으로 고령인 한 회장이 여전히 57.36%라는 절대적인 지배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약품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지주사와 주요 사업회사의 경영을 맡아 그룹의 주요 사업 방향과 중장기 전략을 이끌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단순히 지분율 수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실제 경영 참여와 책임경영의 관점에서 봐 달라"고 했다.

한 대표가 부친의 지분을 온전히 물려받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6600원 안팎인 현재 주가 기준으로 계산해도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최대주주 할증률 등을 적용하면 세금 부담만 최소 수백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온코닉테라퓨틱스의 배당 확대나 추가적인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승계 자금을 마련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지분 승계와는 별개로 경영 전면에서의 보폭은 그 어느 때보다 넓다. 한 대표는 현재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 핵심 사업회사인 제일약품(공동대표), 헬스케어 계열사 제일헬스사이언스 대표를 겸직하며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98.8%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주주들의 두터운 신뢰를 확인했다.

특히 '도입 품목 중심'이던 회사의 체질을 '자체 신약 중심'으로 전환한 점이 꼽힌다. 한 대표는 2020년 신약 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 설립을 주도했다. 여기서 개발한 국산 37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큐보정'은 지난해 67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285억원을 벌어들였다.

자큐보의 돌풍에 힘입어 제일약품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5672억원, 영업이익 20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오랜 기간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을 대리 판매해 마진율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온 제일약품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지난해 매출 대부분이 최대주주인 제일약품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점은 논란거리다. 온코닉테라퓨닉스의 지난해 매출 533억원 가운데 83%에 달하는 443억원이 제일약품에서 발생했다. 제일약품은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지분 44.9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자큐보정의 원천 특허도 제일약품이 보유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2020년 전용실시권 계약을 통해 개발과 상업화를 진행해왔다.

이에 대해 제일약품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 2개사가 영업·유통을 맡아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제일약품과의 거래 비중이 높다"며 "중국·인도·중남미를 비롯한 해외 개발이 진척되고 있어 향후 해외 비중이 높아져 비중 구조는 다변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일약품 측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더라도 상법에 따라 특별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철저히 제한되며 모든 핵심 거래는 독립된 내부거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제도화돼있다"며 "사익 편취나 불공정 거래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책임경영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한 대표는 지난 4월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신임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사내이사가 아닌 '미등기 임원' 신분을 택했다. 미등기 임원은 이사회 의결권이 없어 경영 전반에 전략적 방향성만 제시할 뿐, 기업 경영상 문제나 법적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이사로서의 법적 책임(대표소송, 손해배상 등)을 회피할 수 있는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가 핵심 자회사의 경영 권한은 누리면서 법적 책임의 부담이 적은 미등기 임원 자리를 선택한 것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며 "향후 지분 승계 과정에서 주주와 시장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권한만큼 책임도 지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약품그룹 관계자는 "한 대표의 온코닉테라퓨틱스 미등기 임원 참여는 사업 단계가 달라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자큐보 사업화와 R&D 전략을 보다 긴밀하게 조율하고 제일약품과 온코닉테라퓨틱스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코닉테라퓨틱스의 기존 대표이사 체제와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잘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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