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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연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금값이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은행권의 금 투자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골드뱅킹 잔액은 5000억원 가까이 줄었고 골드바 판매액도 연초보다 60% 넘게 감소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긴축 우려가 금값을 누르겠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하반기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고금리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13일 미국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3%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3996.7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금 선물 8월물도 2.6% 내린 온스당 4005.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5594.82달러와 비교하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28.6% 떨어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중동 긴장에도 하락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의 긴축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미 연방준비제도가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금리와 국채금리가 상승할수록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낮아진다. 13일 기준 시장이 반영한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75%였다.
국내 금값도 국제 금값과 함께 하락했다. 14일 오전 9시 3분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순도 99.99% 금 1㎏ 종목은 1g당 19만2200원에 거래됐다. 한 돈인 3.75g으로 환산하면 72만750원이다. 지난 1월29일 기록한 연중 최고가 1g당 26만9780원과 비교하면 7만7580원, 28.8% 낮은 가격이다.
금값 급락은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에도 반영됐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15일 기준 1조956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말 2조4434억원까지 늘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2월 2조3522억원, 3월 2조1480억원, 4월 2조1175억원, 5월 2조648억원으로 줄어든 뒤 다시 1조원대로 내려왔다. 1월 말과 비교하면 4869억원, 19.9% 감소한 규모다.
그러나 골드뱅킹 잔액 감소액 4869억원을 전부 고객이 금을 팔아 회수한 금액으로 볼 수는 없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원화를 입금하면 거래 시점의 국제 금값과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금 중량으로 적립한다. 계좌에 표시되는 원화 잔액도 고객의 금 보유 중량에 금값과 환율을 적용해 산출하기 때문에 고객이 금을 팔지 않더라도 가격이 떨어지면 잔액이 감소한다.
실제로 잔액이 19.9% 줄어드는 동안 골드뱅킹 계좌 수는 증가했다. 3개 은행의 골드뱅킹 계좌는 1월 말 34만1160좌에서 지난달 15일 34만9951좌로 8791좌(2.6%) 늘었다. 계좌가 순증한 상황에서 잔액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값 하락에 따른 평가액 감소가 잔액 축소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금 투자 수요가 둔화한 흐름은 계좌 증가 폭에서 나타난다. 골드뱅킹 계좌의 월간 증가 폭은 2월 4310좌에서 3월 2800좌, 4월 1417좌, 5월 236좌로 축소됐다. 2월과 5월을 비교하면 한 달간 계좌 순증 규모가 94.5% 줄었다. 계좌 수 자체는 증가했지만 연초처럼 투자자가 빠르게 유입되는 흐름은 약해진 것이다.
실물 금 수요도 감소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올해 1월 897억5308만원에서 2월 542억1826만원, 3월 522억7715만원, 4월 490억1366만원, 5월 321억9422만원으로 줄었다. 1월과 5월을 비교하면 575억5886만원, 64.1% 감소했다. 지난달 15일까지 판매액도 202억1473만원에 머물렀다.
금값은 당분간 미국의 물가와 금리, 국제유가 움직임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면 연준의 긴축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금값이 온스당 3800달러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하반기 금값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HSBC는 긴축적인 미국 통화정책과 달러 강세 등을 반영해 올해 평균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4864달러에서 4560달러로 낮췄다. 올해 남은 기간 금값이 3800~4700달러 범위에서 움직인 뒤 연말에는 475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 조정 가능성은 커졌지만 주요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부담,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 등이 중장기적으로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값과 골드뱅킹 수익률은 국제 금값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의 영향도 받는다. 국제 금값이 반등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기준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국제 금값이 추가로 떨어져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국내 금값의 하락 폭이 줄어들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유가 안정화와 함께 하반기에는 금값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긴축 우려가 이어지면서 상승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과거와 같이 급증하는 고객 매수세는 줄고 있으나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차원의 꾸준한 금 투자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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