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막히는 호르무즈…정유업계, 9월 이후 원유 수급 '먹구름'

9월 도입분 물량 확보 과제
유가·환율 급등에 원가 부담 확대


13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뒤편으로 폭발로 인한 거대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AP.뉴시스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8월에 쓸 원유는 확보했지만 9월 이후 물량 수급 전망이 흐릿한 데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높은 환율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9월 이후 도입 물량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월에 들여올 원유는 이달에 계약해 8월에 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해왔고 그 대부분이 하루 약 2000만배럴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추후 공지 때까지 전면 봉쇄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차단하는 '이란 봉쇄' 재개를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부터 봉쇄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해협 통항이 불투명해지면서 대체 물량 확보가 과제가 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봉쇄 국면이 또 길어지면 9월부터 하반기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종전 이후 유가가 떨어졌었는데 다시 급등 국면이 보여서 업계 전체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해상 봉쇄 재개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단기 수급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13일 문신학 차관 주재로 정유·해운업계, 한국석유공사와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7~8월 원유 도입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아 단기 공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난 2월 말 통항이 처음 중단됐을 때는 대체 원유를 예년의 60~70% 수준만 확보했다.

도입선 구조도 달라졌다. 한국석유공사 집계 기준 중동산 원유 비중은 지난해 69.1%에서 올해 1~5월 62.8%로 6.3%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는 3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400만배럴을 추가 도입하기로 확정했고 중장기적으로 중동 비중을 50% 이하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비축유는 1억배럴 이상 남아 있다.

도입 물량은 확보했으나 국제유가는 오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7.29달러(9.6%) 오른 배럴당 83.30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도 9.4% 오른 78.14달러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4월 2일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다.

환율도 변수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한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1일 1554.9원으로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1500원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전쟁 직전인 2월 말 1420원대와 비교하면 80원 이상 높다.

지난 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 국제유가 등락 정보가 출력되고 있다. /AP. 뉴시스

정유사들이 오른 원가를 공급가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3월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때문이다.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의 상한으로 현재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7차 조정에서 전 품목을 150원씩 내렸는데 당시 산업부가 인하 근거로 든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 초중반이다. 정유사 손실 보전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조정 시점은 이달 하순이다.

주유소 기름값은 하락세다.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둘째 주(5~9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59.1원 내린 1893원으로 8주 연속 하락했다. 14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실시간 평균가는 1877.8원이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정부는 도입선 다변화를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 차관은 "중동정세 불안정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우리 석유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index@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