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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태연 기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폐기 안건 상정을 미룬 가운데 인권위원들이 요구한 긴급 전원위원회(전원위) 개최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인권위 전 부서로 확산하면서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1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숙진·오영근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김민문정 비상임위원은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 상정을 위해 오는 20일 임시 전원위 소집을 요구했다.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르면 인권위원 3명 이상의 요청이 있는 경우 임시 전원위를 개최할 수 있다. 임시 전원위 개최는 위원장 결재를 받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임시 전원위 개최 요구를 거부했다. 안 위원장은 전날 제24차 상임위원회(상임위)에서 "해당 안건은 기존 인권위 결정을 폐기하자는 전례 없는 유형의 안건이고 이미 처분이 완료된 결정의 효력을 파기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검토를 바탕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하므로 당장 임시 전원위를 개최해 심의를 진행할 조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 등은 지난 10일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폐기 안건을 공동 발의했다. 안건에는 지난해 2월 의결된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를 폐기하고 해당 권고를 가결한 인권위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 위원장은 지난 13일 제13차 전원위 개최를 20여분 남기고 안건을 결재했으나, 전원위에서 안건 상정은 결국 불발됐다. 안 위원장은 당시 "윤 전 대통령 등의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라고 한 것이 문제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해당 안건은 사안의 중대성과 적법성 등을 고려해 오늘은 상정하지 않고 다음에 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 등은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르면 인권위원 3인 이상이 제출한 의안을 위원장이 상정하지 않을 근거는 없다"며 "위원장의 상정 거부로 심의의결권을 침해당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반성과 쇄신의 기회가 될 수 있었던 이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묵살했다"며 "안 위원장은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을 당장 중단하고 무너진 인권위의 독립성과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도 성명을 내고 "이번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특정 내란 세력만을 특별대우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반인권적 업무 지시로 대내외 신뢰를 실추시킨 안 위원장은 인권위 정상화를 위해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일각에선 안 위원장이 안건 의결을 막기 위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김 위원 임명으로 인권위원들은 보수 성향 4명, 진보 성향 6명, 중도 성향 1명으로 채워졌다.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폐기 안건이 상정될 경우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안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폐기 안건 상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인권위 내부에서는 연일 안 위원장 사퇴 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재석 군인권보호총괄과장이 지난달 15일 보직 반납한 것을 시작으로 박광우 차별시정총괄과장, 권혁장 기획재정담당관, 윤채완 서기관, 남경혜 정보화관리팀장, 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 등 간부 6명은 잇따라 보직 반납을 선언하며 안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안 위원장은 이들의 보직 반납 의사를 거부했다.
이후 지난 8일 기획재정담당관실 직원들은 처음으로 인권위 내부망에 부서 명의의 안 위원장 사퇴 촉구 게시글을 작성했다. 차별시정총괄과, 인권교육기획과, 군인권보호국, 광주인권사무소, 운영지원과 등에서도 안 위원장 사퇴 촉구 글이 잇따랐다. 지난 10일에는 정책협력국장과 직원들이 글을 올리며 국장급 간부도 처음으로 안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대구인권사무소, 행정법무담당관실, 아동청소년인권과, 인권상담조정센터, 대전인권사무소, 부산인권사무소, 조사총괄과, 혐오표현대응과, 인권침해조사과, 이주인권팀, 성차별시정과, 장애차별조사1과, 장애차별조사2과, 기획조사팀, 제주출장소, 인권교육콘텐츠팀 등 직원들도 사퇴 촉구 게시글을 작성했다. 지난 15일에는 인권교육운영과가 마지막으로 글을 올리며 6곳의 지역 사무소를 포함해 인권위 사무처 산하 30개 부서 전체가 안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위원장 등 인권위원에 대한 탄핵 소추 근거 규정이 없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상 형사재판에 의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거나 장기 심신 쇠약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안 위원장 임기는 오는 2027년 9월까지다.
p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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