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은 뻘뻘, 에어컨은 쿨쿨…'여름 지옥' 견디는 특고 노동자

가사관리사·방문점검원도 폭염에 허덕
에어컨·선풍기 없는 환경에 쓰러질 우려
산안법 사각지대…"법적 보호 확대해야"


가사관리사와 렌털가전 방문점검원처럼 근무지를 이동하며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폭염에 노출되고 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신분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가사·돌봄유니온이 가사관리 노동자의 폭염대책을 요구하는 모습.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더팩트ㅣ진주영·이예리 기자] "화장실 청소만 하고 나와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지는데,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해 여름에는 청소하다가 화장실에서 순간 눈앞이 핑 돌며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죠. 빈집에서 혼자 청소하다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가사관리사와 렌털가전 방문점검원처럼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폭염 속 노동은 건설이나 배달 등 야외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꽉 막힌 화장실서 선풍기도 없이 소독제 맡으며 청소

<더팩트>가 만난 실내 노동자들은 본격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냉방이 보장되지 않는 작업환경을 토로했다. 서울에서 3년째 가사관리사로 일하는 50대 최모 씨는 폭염에 화장실 청소가 특히 힘들다고 전했다. 최 씨는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나오면 옷이 흠뻑 젖을 정도지만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요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용자들은 방에 있거나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아 덥다는 생각을 못하기 때문에 선풍기를 갖다주는 곳은 거의 없다"며 "3시간 일하면 10분은 휴식시간이지만 눈치가 보여 물 한잔 마시고 숨만 겨우 돌리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18년 동안 가사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윤모(56) 씨도 다르지 않다. 윤 씨는 "일부는 거실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는 화장실 청소를 할 때 살균소독제 냄새가 난다며 안방과 화장실 문을 닫아버린다"며 "푹푹 찌는 여름철에 꽉 막힌 공간에서 선풍기도 없이 독한 살균소독제 냄새를 맡으며 일하다 보면 머리가 아파 쓰러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민원을 넣으면 불이익을 받을 우려에 에어컨을 틀어달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14년째 방문점검원으로 일하는 윤우석(52) 씨는 "이동하는 과정에도 덥고 고객 집도 시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같은 이동노동자인데도 이런 고충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우석 씨 제공

◆차량 속 온도 50도…장비는 무겁고 엘레베이터는 없고

방문점검원 역시 실내에서 작업하지만 더위를 피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천안에서 5년째 방문점검원으로 일하는 40대 김희재 씨는 "비데를 점검하는 화장실은 습도가 높아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른다"며 "고객들이 선풍기를 마련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 대부분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간다고 하면 일부러 에어컨을 꺼두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주로 학교나 관공서에 점검을 나간다는 윤우석(52) 씨는 "학교의 경우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여름방학이라 교실은 에어컨이 꺼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는 평균 10분 정도 걸리지만 교실을 옮겨다니며 점검을 하다보니 더위를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잦은 이동 역시 더위를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대구에서 방문점검원으로 일하는 문영선(51) 씨는 "업무 특성상 집집마다 이동해야 하는데 여름철에는 주차해 둔 차량 내부 온도가 50도를 훌쩍 넘긴다"며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차를 타고 이동하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무거운 장비를 들고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 지속해서 더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문 씨는 "2~3년 일하면서 고객이 키우는 개에 한 번도 물리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특히 여름철 개물림 사고에 따른 세균 감염으로 살이 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수기를 점검하는 동안 바로 옆에서 백숙을 끓이기도 한다"며 "뜨거운 냄비 등에 화상을 입는 사고도 있는데, 여름에는 상처 관리도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방문점검원이 고객의 렌탈 가전을 점검하는 동안 뜨거운 햇빛 아래 주차된 차 내부 온도가 50도를 넘어간 모습. /문영선 씨 제공

특수고용노동자 위한 고객의 안전배려 의무 제언도

문제는 가사관리사와 방문점검원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산안법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구체적인 보건조치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폭염 대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에 따르면 실내 작업장이라 하더라도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작업할 경우 사업주는 냉방장치를 가동하거나 적절한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송미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은 "정식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가사관리사는 전체 가사노동자의 약 1%에 불과하다"며 "대다수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여서 휴게시간 보장 등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노무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정의 내려지는 순간 산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방문점검원이나 가사관리사도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업무 내용도 본인 의지로 정할 수 없는 등 근로자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하는 장소가 제3의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고객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달하는 등 안전배려의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씨는 "우리가 분명 더운 환경에서 일하지만, 택배기사나 배달라이더처럼 야외에서 일하는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아 폭염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이동하는 과정에도 덥고 고객 집도 시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같은 노동자인데도 이런 고충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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