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긴축 들어간 한국은행…기준금리 인상 영향은

한은, 3년 6개월 만에 '긴축 전환'
주담대 8%·62조 빚투 '이자 경고등'
기준금리 2.50→2.75%로 인상 결정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한국은행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세 확대와 물가 압력, 수도권 집값·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 불안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는데요. 금리 인상은 물가와 자산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8%에 근접하고 증권계좌 대출도 62조원에 육박한 만큼 '영끌'·'빚투’ 차주의 이자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입니다.

◆ 기준금리 0.25%p 인상…물가 '목표 수준' 확신 때까지 인상 기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는데요. 금통위원 전원이 인상에 동의한 만장일치 결정이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13일 이후 3년 6개월 만인데요. 한은은 동결과 인하 국면을 마무리하고 다시 긴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한은은 앞으로도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내려온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네요.

-한은은 왜 지금 기준금리를 올린 건가요?

-성장과 물가, 금융 안정 3가지 측면이 모두 인상 필요성을 가리켰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과 투자가 빠르게 늘고 소비도 회복되면서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2.6%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 근원물가는 2.5%로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 이익과 소득이 늘면 소비가 확대돼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커질 수 있는데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지만 국내총소득(GDI)은 13.2% 늘었습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높은 환율도 인상 배경으로 꼽히는데요. 금융권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과 기타대출이 함께 늘면서 월 8조~9조원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어떻게 내려가나요?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와 채권금리가 상승합니다. 가계는 이자 부담이 커져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투자 결정을 미루게 됩니다. 예금금리도 오르면 소비보다 저축을 선택하는 가계가 늘어나는데요. 경제 전체의 수요가 줄면서 기업이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지고 물가 상승 속도도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국내 금리가 오르면 원화 자산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환율이 안정되면 수입물가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듭니다. 다만 금리 인상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고 대출금리 조정과 소비·투자 변화를 거쳐 수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죠.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부담은 얼마나 커지나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선반영되면서 대출금리는 이미 상당 폭 올랐습니다.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7~7.49%로 상단이 연 7.5%에 육박했는데요. 지난 5월 말과 비교하면 금리 하단은 0.51%p, 상단은 0.39%p 상승했습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6월 3.05%로 올라 1년 5개월 만에 3%대로 진입했는데요.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의 예금금리와 조달비용에 반영되면 변동금리 차주의 부담도 시차를 두고 커질 수 있습니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1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차주 1인당 연평균 부담은 약 29만6000원 늘어나는데요. 5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연 4%에 빌린 경우 금리가 1%p 오르면 월 상환액은 약 238만원에서 268만원으로 늘어납니다. 연간 약 356만원을 더 갚아야 하는 셈이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들도 영향을 받나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의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를 합친 증권계좌 대출은 올해 2분기 일평균 61조908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요. 이 가운데 실제 주식 매수에 활용되는 신용거래융자는 35조941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9% 증가했습니다. 현재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는 이용 기간 등에 따라 연 5~9%대가 적용되는데요. 증권사 조달금리가 오르면 신용융자 금리도 순차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준금리 인상분인 0.25%p가 증권계좌 대출 61조9084억원에 모두 반영된다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548억원 늘어납니다. 신용거래융자만 기준으로 하면 약 899억원 증가합니다. 개인이 1억원을 빌렸다면 연간 25만원, 3억원을 빌렸다면 75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데요. 다만 실제 부담은 증권사별 금리 조정 폭과 적용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빚투 투자자는 이자 부담만 커지는 건가요?

-주가 하락과 반대매매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신용융자는 주가가 내려가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투자자가 추가 담보를 넣어야 하는데요.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주가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이자가 계속 쌓이는데요.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는 평가손실과 이자비용, 반대매매 위험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의 부작용도 적지 않겠네요.

-가장 큰 부담은 이미 대출이 많은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가 많은 기업에 집중됩니다. 변동금리 차주는 금리 재산정 때 월 이자가 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한계기업은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는데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돼 내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은 역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레버리지 투자 확대에 따른 금융불균형,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 부문 부실 확대를 금융안정 위험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집값과 가계대출, 빚투가 더 늘 수 있지만 금리를 올리면 기존 차주의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죠.

-기준금리만 올리면 물가와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한계가 있습니다. 금리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정책수단이기 때문인데요.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크게 올리면 주택과 무관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도 높은 이자를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택시장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지역별·주택가격별 대출 규제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금리가 전체 대출 수요를 줄이는 수단이라면 금융 규제는 대출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 특정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요?

-금리를 낮게 유지해 모든 차주의 부담을 줄이기보단 상환 능력이 부족한 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취약차주에게는 만기 연장과 금리 조정,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적용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는 정책금융과 재정 지원을 집중할 수 있는데요. 다만 무조건적인 채무 감면은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소득과 자산, 상환 능력에 따라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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