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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공미나 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레미콘과 시멘트 등 전통 건자재 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본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부동산 개발과 미디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과 유진그룹 등 건자재 기업들은 기존 사업과 보유 자산을 기반으로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비주력 사업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그룹의 중장기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표그룹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79층 규모의 업무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성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업무·주거·상업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초고층 복합단지를 개발하고 준공 이후 운영에도 직접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성수 프로젝트는 이르면 연말 착공해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성수 프로젝트는 삼표그룹이 레미콘과 시멘트 중심의 건설기초소재 기업에서 종합 부동산 개발·운영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상징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일회성 부지 매각이나 단순 개발을 넘어 기획과 설계, 시공 관리, 운영까지 아우르는 도심형 복합개발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삼표그룹은 이를 위해 성수프로젝트총괄본부를 구성하고 전문 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 2월 글로벌 부동산 개발 경험을 보유한 로드리고 빌바오 사장을 영입한 데 이어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총괄했던 롯데건설 출신 석희철 사장을 건설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상품기획과 자재구매, 건축설계 등 3개 팀으로 구성된 전담 조직은 사업 기획부터 설계·건설·운영 전략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현재 60명 안팎인 조직 규모도 사업 진행 상황에 맞춰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 일대에서는 'DMC 수색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99가구 규모의 민간임대주택과 업무·상업·문화시설을 갖춘 지하 5층~지상 36층, 3개 동 규모의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곳에는 삼표그룹 신사옥인 'SP 타워'가 들어선다. 준공 후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 에스피네이처, 삼표피앤씨, 삼표레일웨이 등 주요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입주해 그룹의 핵심 기능을 한곳에 모을 예정이다.

유진그룹은 미디어와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보다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유진그룹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디어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사업 비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관련 매출을 5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앞서 유진그룹은 2024년 2월 유진이엔티를 통해 보도전문채널 YTN 지분 30.95% 인수를 마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유진그룹은 YTN을 활용해 방송과 콘텐츠 제작·유통을 넘어 한국의 산업과 문화를 해외 시장에 연결하는 종합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진그룹은 빌보드와 버라이어티 등을 기반으로 데이터·라이브 이벤트·라이선싱까지 영역을 넓힌 미국 펜스케 미디어 코퍼레이션(PMC)을 성장 모델로 삼고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K라이프스타일 분야 전문 미디어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이다.
유진그룹은 계열사 동양을 통해서도 미디어 인프라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동양은 경기 파주시 레미콘 공장 유휴부지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시설인 스튜디오 유지니아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리즈를 비롯해 드라마와 K팝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가 촬영됐다.
동양은 콘텐츠 스튜디오에 이어 도심형 AI 데이터센터로도 유휴부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 레미콘 사업을 영위하며 축적한 거점형 부지를 기반으로 경기 부천과 인천 구월동에서 도심형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다. 부천 데이터센터는 지난 5월 착공에 돌입했으며, 이후 구월동에서도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건자재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는 건설경기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주택 착공 감소와 원가 부담 등으로 레미콘·시멘트 수요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존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사업은 본업과 무관한 분야에 단순 투자하기보다 보유 토지와 건설 경험, 자재 공급망 등 기존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삼표그룹이 공장 부지를 복합개발 사업으로 전환하고, 동양이 유휴부지를 스튜디오와 데이터센터로 개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장기간 부진하면서 건자재 기업들도 본업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보유 자산과 그룹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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