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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공미나 기자] #30대 무주택 실수요자 A씨는 3년 전 경기 수원시에 2000가구 이상 규모의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생애 처음 마련한 집으로 다음 달 중순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준공 전 신축이라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워 집단대출에 의존해야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대출 상담을 미루거나 한도 소진을 이유로 접수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오늘도 대출 상담사에게 상담 가능 여부를 묻는 문자를 보냈으나 "문의가 너무 많아 접수가 어려우니 타행을 알아봐 달라"는 답변만 받았다. A씨는 "은행별로 금리를 비교할 상황도 못 되고 대출 상담 채팅방 빈자리가 나면 일단 '오픈런'하듯 입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금융기관들이 집단대출 취급을 줄이면서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수분양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수년 전 분양계약을 맺고 자금 계획을 세운 예비 입주자들이 개인의 소득이나 신용도가 아닌 금융기관의 대출 한도 부족으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A씨가 입주를 앞둔 경기 수원시 한 단지에서는 최근 일부 금융기관의 잔금 집단대출 물량이 조기에 소진되거나 상담 신청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수분양자 수백명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금융기관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대출 상담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채팅방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이후 해당 금융기관은 배정된 대출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며 접수를 마감했다. 입주예정자 카페에는 "대출 문제로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무서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라며 잔금 대출을 걱정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준공과 소유권 보존등기가 이뤄지기 전인 신축 아파트는 잔금을 치르기 위해 개별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집단대출에 의존해야 한다. 집단대출을 구하지 못하면 수분양자가 단기간에 잔금을 마련할 대체 수단이 사실상 제한적이다.
비슷한 문제는 다른 입주 예정 단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는 경기 양주와 평택에 각각 다음 달 1700여가구, 1300여가구가 입주하는데, 약 40%가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입주를 미룰 수 있다는 현장의 이야기가 나왔다.

오는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여론 수렴 창구에도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에 대한 예외 적용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입주 잔금대출이 새로운 투자나 투기를 위한 자금이 아니라 수년 전에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자금인 만큼, 일반적인 신규 주택구입 대출과 동일하게 총량 규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 정책제안자는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게 된다면, 그 비극은 온전히 서민의 몫"이라며 "어려운 형편에 피땀 흘려 마련한 계약금은 고스란히 몰수당하고 계약은 파기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면 수분양자는 입주 지연과 잔금 연체이자, 계약 해지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이에 입주가 임박한 단지의 실거주 목적의 집단대출에는 별도 한도를 배정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의 필요성은 있지만, 이미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택 구입은 계약부터 입주까지 장기간에 걸쳐 자금계획을 세워야 하는 만큼 대출 정책도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규제가 잔금 납부 단계에서 적용돼 입주가 어려워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잔금대출 제한은 수분양자의 입주 문제를 넘어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공급 확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잔금 회수가 대규모로 미뤄지면 시행사와 시공사의 사업비 회수가 늦어지고, 신규 주택사업 추진 여력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당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계약한 수분양자들이 입주 시점에 갑자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잔금 납부가 지연되면 시행사와 시공사의 중도금대출 상환 및 사업비 회수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자 금융을 막아 놓는다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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