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낭만이 사라진 도동항…울릉도의 밤은 왜 조용해졌나

버스킹은 소음인가 관광자원인가…민원과 상권 사이, 공존의 해법 찾아야

울릉도 관문 도동항 인근 해변공원에서 열리는 버스킹 공연으로 관광객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해 질 무렵 도동항은 울릉도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바다를 따라 걷는 관광객들,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항구를 산책하는 주민들, 그리고 소공원 한편에서 흘러나오던 버스커들의 음악은 도동항의 밤을 완성하는 풍경이었다.

관광객들은 음악에 발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으며 울릉도에서의 하루를 추억으로 남겼다.

하지만 요즘 도동항의 밤은 낯설 만큼 조용하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공간은 적막감마저 감돈다. 이유는 버스킹 공연에 대한 소음 민원과 이에 따른 행정의 제재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물론 주민들의 생활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밤늦도록 이어지는 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울릉군이 내세우는 '100만 관광객 시대'라는 목표를 생각하면 관광객들이 체감하는 즐길 거리마저 사라지는 현실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관광은 결국 사람이 머무는 시간에서 시작된다. 음악이 사람을 모으고, 사람은 상권을 살린다. 버스킹을 보기 위해 발길을 멈춘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카페와 음식점을 찾고, 저녁 식사를 하고, 술 한잔을 기울인다. 그렇게 골목상권은 활기를 되찾고 지역 경제는 숨을 쉰다.

저동항 촛대암 인근에서 열린 버스킹 공연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흥겨워하고 있다. /독자 제공

반대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사라진 관광지는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고 소비도 줄어든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고민하는 지자체라면 버스킹을 단순한 소음이 아닌 관광 콘텐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더욱 아쉬운 점은 행정의 기준이다. 지역 축제에서는 대형 음향 장비가 밤늦도록 울려 퍼져도 허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소규모 공연인 버스킹은 민원 하나에 쉽게 제동이 걸린다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지가 아니라 관리다.

버스킹을 전면 제한하는 대신 △공연 가능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데시벨 기준을 마련하며 △통기타와 바이올린, 첼로 등 감성 위주의 공연을 유도하는 등 충분히 상생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주민들의 휴식권과 관광객들의 문화 향유권은 반드시 대립하는 가치만은 아니다.

울릉 쿠팡맨으로 알려진 김수현 씨가 재능기부 버스킹 공연으로 관광객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최근 울릉군의회가 골목형상점가 활성화 지원 조례를 추진하는 등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제는 상권 활성화의 연장선에서 버스킹 문화 역시 지역 관광자원으로 육성할 방안도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바닷가에서 듣는 음악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여행의 추억이 되고, 섬의 감성이 되며,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된다.

실제로 울릉도를 찾았던 관광객들 가운데는 '버스킹 공연 덕분에 더욱 특별한 여행이었다'는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문화가 사라진다면 울릉도는 또 하나의 경쟁력을 잃게 된다.

관광지는 조용해서 기억되는 곳보다 머물고 싶어서 기억되는 곳이 더 많다. 주민의 삶을 지키는 행정과 관광의 활력을 살리는 정책은 충분히 함께 갈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단속이 아니라 조율이고, 금지가 아니라 지혜다.

울릉도의 밤이 다시 사람들의 웃음과 음악으로 채워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낭만을 잃지 않는 섬,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행복한 섬이야말로 울릉도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관광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tk@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