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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홍성=이광희·정예준 기자] 우리나라 판소리는 크게 동편제와 서편제, 그리고 중고제로 나뉜다.
이 가운데 중고제는 오늘날 가장 희미해진 소리이면서도 한국 판소리의 원형을 간직한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소박하면서도 담백하다. 절제된 기교 속에 깊은 울림을 담아낸다. 중고제는 화려함보다는 품격을, 기교보다는 소리의 본질을 중시하는 예술이다.
그 중고제 판소리의 본향이 바로 충남 홍성이다. 홍성은 조선 후기 중고제 판소리의 거장 최예운 명창을 배출한 고장이다. 우리나라 전통무용과 연희, 고법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한성준 선생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예향이다. 지금도 지역 곳곳에는 국악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충청권 국악문화의 중심지라는 자부심도 깊다.
이처럼 국악의 역사와 정신이 살아 있는 홍성에서 올해도 전국 국악인들의 축제가 열린다.
충남 홍성군과 홍주전통예술보존회가 공동 주최하고 홍주전통예술보존회가 주관하는 제22회 홍주전국국악경연대회가 오는 8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홍주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22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행사 연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랜 세월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사회가 전통문화를 소중히 지켜왔다는 증거이다. 국악인들이 신뢰하는 전국 규모의 권위 있는 경연대회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대회는 단순히 우열을 가리는 경쟁의 장이 아니다. 중고제 판소리의 역사와 충청권 국악의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다. 또 미래 세대에게 계승하는 문화적 축제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사라져 가는 중고제의 맥을 잇는 무대
우리나라 판소리를 이야기할 때 동편제와 서편제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판소리의 역사 속에서 중고제가 차지하는 위치는 결코 낮지 않다.
충청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고제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성음을 특징으로 한다. 지나친 꾸밈을 지양하고 이야기 자체에 힘이 살리는 창법은 한국인의 정서와 가장 가까운 판소리라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중고제는 점차 명맥이 약해졌다. 현재는 복원과 계승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홍주전국국악경연대회가 갖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홍성은 중고제의 발상지이자 정신적 고향이다. 단순히 옛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국악인을 길러내고 있다.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최예운과 한성준, 두 거장의 숨결을 잇다
이번 대회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홍성이 낳은 두 거장의 예술세계를 기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예운 명창은 중고제 판소리의 대표적인 명창이다. 한국 판소리사의 중요한 축을 이룬 인물이다. 그의 소리는 충청도의 담백한 정서와 절제미를 담아냈다. 오늘날 중고제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또 한성준 선생은 우리나라 근대 전통무용과 고법, 연희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예인이다. 승무와 태평무를 비롯한 한국 전통 춤의 체계를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수많은 명인을 길러낸 스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는 이 두 거장의 이름을 대상 명칭으로 사용함으로써 단순한 시상이 아닌 정신의 계승이라는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전공부 무용 대상에는 한성준 대상(국회의장상)이, 전공부 성악 대상에는 최예운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각각 수여된다.
또 학생부 종합대상에게는 교육부장관상이 주어져 미래 국악인을 격려한다.
이처럼 국회의장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까지 이어지는 최고 권위의 시상 체계는 홍주전국국악경연대회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전통과 미래가 함께하는 국악 축제
이번 대회는 전통무용과 연희, 기악, 성악 등 우리 전통예술의 핵심 분야를 모두 아우른다.
무용 부문에서는 전통 춤과 연희가 함께 펼쳐진다. 기악 부문에서는 가야금과 거문고, 아쟁, 대금, 피리, 해금 산조가 무대를 채운다.
성악 부문에서는 판소리는 물론 경서도민요, 남도민요, 잡가, 송서율창 등 우리 소리의 다양한 갈래를 만날 수 있다.
학생부와 일반부, 전공부로 구분하여 운영하는 만큼 어린 꿈나무부터 전문 예술인까지 한자리에서 실력을 겨루는 전국 규모의 국악 축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경연이 끝난 뒤에도 대상 수상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어진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역대 수상자 축하공연 참여, 심사위원 위촉, 개인 발표회 지원, 지역 공연 추천 등 국악인의 지속적인 성장과 활동을 위한 사후관리 프로그램은 다른 경연대회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이는 한 번의 수상으로 끝나는 대회가 아니라 국악인의 미래를 함께 키워가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국악의 미래는 지역에서 시작
문화는 수도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깊은 전통은 지역에서 살아남는다.
홍성이 오랫동안 중고제 판소리의 정신을 지켜오며 전국 국악인들이 찾는 예향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역이 문화의 뿌리를 지키고, 그 뿌리 위에서 새로운 예술가들이 성장할 때 전통은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제22회 홍주전국국악경연대회는 바로 그 살아 있는 전통을 확인하는 자리다.
국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무대가 되고, 시민들에게는 우리 소리와 춤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문화 축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사라져 가는 중고제 판소리의 맥을 다시 이어가는 의미 있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우리 전통문화의 미래를 밝히는 소중한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8월의 홍성에서는 다시 한번 소리가 울리고 장단이 흐른다.
그 울림은 한 명의 수상자를 탄생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고제 판소리의 역사와 한국 국악의 미래를 함께 이어가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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