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이송으로 지킨 골든타임'…20대 선원 생명 지킨 독도 해상 구조 265분

동해해경·울릉파출소·소방·의료원 빈틈없는 공조…응급환자 무사히 살려

1500톤급 경비정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서

[더팩트ㅣ울릉·독도=김성권 기자] 독도 남동방 18㎞ 해상. 육지와 가장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 동쪽 끝 바다에서 갑작스럽게 복통을 호소한 20대 선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동해해양경찰과 울릉파출소, 소방, 의료기관이 하나의 팀처럼 움직였다.

응급환자가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시간 25분. 광활한 바다와 야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어진 '릴레이 이송'은 동해 최전방 해상 안전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됐다.

◇독도 인근에서 시작된 긴급 신고

지난 22일 오후 6시 7분. 독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87톤급 어선 A호(승선원 8명)는 선원 1명이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맹장염이 의심된다고 동해해양경찰서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맹장염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특히 독도 인근처럼 의료 접근성이 낮은 해역에서는 신속한 이송 여부가 생명까지 좌우한다.

신고를 받은 동해해경은 즉시 1500톤급 경비함정을 사고 해역으로 급파했다.

단정을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서

◇1500톤에서 500톤으로…바다 위 '릴레이 구조'

오후 6시 48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1500톤급 경비함정은 환자를 안전하게 편승시켰다.

이후 보다 신속한 항해와 접안을 위해 500톤급 경비함정이 현장에 합류했고, 환자는 다시 함정을 옮겨 타며 울릉도 저동항을 향해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해경은 원격 응급의료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다행히 환자의 생체 징후는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의료진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응급 상황에 대비했다.

◇마지막 연결고리…울릉파출소와 소방의 신속한 인계

밤 10시 32분 울릉 저동항 인근 해상. 이번에는 울릉파출소 해상팀이 연안구조정을 이용해 환자를 인수했다.

연안구조정은 항만 안쪽까지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대형 경비함이 접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환자는 저동항에 대기 중이던 119구급대에 즉시 인계됐고 곧바로 울릉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진료 결과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무사히 퇴원했다.

500톤급 경비함으로 환자를 이동시키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서

◇바다에서는 '골든타임'이 더 중요하다

육지에서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구급차가 수십 분 안에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독도와 울릉도 같은 해역은 전혀 다르다. 기상 악화와 높은 파도, 긴 이동거리 때문에 단 한 번의 판단 지연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구조 역시 △신속한 신고 접수 △대형 경비함의 초기 대응 △함정 간 릴레이 이송 △원격 응급의료 지원 △연안구조정 인계 △119구급대 연계 △울릉군 보건 의료원 치료까지 어느 한 단계라도 늦어졌다면 환자에게 위험은 찾아올 수도 있었다.

육상에 대기 중인 119 구조대원들이 환자를 인계받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서

◇독도와 울릉도를 지키는 해상 안전망

독도와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의료 접근성이 가장 어려운 지역 가운데 하나다.

해상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해양경찰의 구조 능력과 의료기관, 소방의 협업 체계가 곧 생명선이 된다.

특히 이번 사례는 대형 경비함과 중형 경비함, 연안구조정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며 가장 효율적인 구조 체계를 가동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야간 해상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각 기관은 단 한 번의 혼선 없이 환자를 최종 의료기관까지 안전하게 연결했다.

김환경 동해해양경찰서장은 "해상 응급환자 이송은 골든타임 확보와 신속한 연계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해상에서 발생하는 긴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응급환자 이송은 단순한 구조 활동을 넘어 대한민국 최동단 해역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이는 해양경찰과 관계기관의 촘촘한 협업 시스템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생생한 현장이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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