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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손원태 기자] 청산 위기에 내몰렸던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규제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새벽배송이 아닌 '의무휴업 해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무기한 영업 중단과 청산 위기에 내몰리자, 10년 넘게 대형마트 규제 일변도를 유지해 온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 업계의 회의적 시선이 한층 짙어졌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만 총 5건에 이를 정도로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새벽배송 허용 등 일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의무휴업 자율화와 심야영업 제한 폐지 등 전면적인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유통법은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대형마트 중심으로 재편되던 국내 유통시장에서 중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유통법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상대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 △월 2회 의무휴업일 지정 △영업 외 시간 온라인 배송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했다.
이 법이 10년 넘도록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사이, 이커머스 업체들은 새벽배송을 앞세워 급성장했다. 유통업계 판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완전히 뒤집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 결과, 2019년 20.2%였던 대형마트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2026년 5월 8.1%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41.2%였던 이커머스 점유율은 60%(58.6%) 수준까지 치솟았다.
현행 유통법이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의 규제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오프라인 채널에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 규제 실효성에 대해 깊은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통학회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통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8%가 대형마트 업계 위기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대해 완화(30.8%)나 폐지(28.7%)를 원하는 목소리가 59.5%에 달해, 현행 유지(30.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시선은 업계와 소비자의 기대와 다르게 흐르고 있다.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제한적인 수준의 규제 완화 위주로 검토되고 있어, 의무휴업일 폐지 등 전면적인 제도 개편을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사업성을 이유로 2022년 4월 새벽배송을 중단했고, 이마트도 새벽배송 거래액이 SSG닷컴 전체 거래액(약 6조원)의 8% 수준에 그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이커머스 업체들이 새벽 배송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진입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심야 운영에 따른 인건비와 물류비용, 배송 인력 확보 등의 부담이 더 커 규제가 풀려도 사업에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저도 소상공인과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들은 홈플러스 사태가 대기업과 사모펀드의 방만 경영으로 발생한 것이지 대형마트 규제와는 결이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야간노동 제한과 의무휴업 지정은 노동자의 생명과 소상공인의 생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라고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에 반대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역시 "거대 유통기업 간 경쟁을 이유로 대형마트에만 유리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유통법 규제 완화 움직임에 맞섰다.

정부는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사회적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자와 협력사, 입점업체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등 금융·고용 지원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전담반(TF)을 꾸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전반의 대응 마련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극적으로 조달해 오는 9월 4일까지 회생절차를 연장한 상태다. 내달 초 전국 67곳 매장의 영업 재개를 목표로, 영업 면적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등 납품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여전히 유통법 규제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국내 인구가 과거 3~4인 가구에서 1~2인 가구로 재편돼 대형마트가 구조적 사양산업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이에 10여년 전 도입된 오프라인 중심의 규제가 변화한 유통 현실과 심각하게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허용은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이동을 오히려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마트산업 역시 근로자와 납품 협력사, 입점업체가 얽혀있는 하나의 경제 순환 생태계로, 이번 홈플러스 사태의 파급효과가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무휴업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마트산업 침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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