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1년…李정부, 다음 퍼즐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

코스피, 1차 상법 개정 시행 후 1년간 113.1% ↑
주가 누르기 방지법, 내년 세제개편안 반영


1차 상법 개정 시행 1년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상법 다음 카드로 추진 중인 '주가누르기 방지법'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확대한 1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이재명 정부는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했고,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증시 재평가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후속 과제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증여세법 개정안) 추진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7월22일 종가 3169.94에서 지난 27일 6755.75로 1년 새 113.11%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고 유가증권시장에는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하는 등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자본시장 전문가들과 학계는 상법 개정이 국내 증시의 재평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1차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명문화하고, 이해상충 상황에서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회 구성을 확대한 2차 개정안,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한 3차 개정안이 잇따라 시행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새 정부 출범 1년 동안 세 번의 순차적 상법 개정으로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1년간 이행이 완료된 공약의 비율이 17% 이상이며 추진 중인 사항까지 포함하면 58.83%의 공약 및 정책과제의 이행이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공정경제와 자본시장 개혁 공약 추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명확히 확인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피가 5000 이후 7000을 넘어 9000피까지 도달한 데에는 반도체주 랠리의 공이 컸지만 3차에 걸친 상법 개정은 코스피가 5000까지 상승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주주가치와 기업 지배구조, 주주환원 정책이 일치하는 구조적 전환점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2일 발간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자본시장 개혁 조치들이 투자 심리를 뒷받침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축소하는 데 기여했다"며 "최근 1년간 한국 증시가 다른 주요국 시장 대비 양호한 성과를 거두는 데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7월 22일 종가 3169.94에서 지난 27일 6755.75로 113.11% 증가했다. /송호영 기자

다만 상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는 "법 개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성과는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여전히 일부 기업에 남아있는 방어적 주총 관행이나 미흡한 소액주주 보호 장치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만 활용될 위험이 있는 만큼 이사회 책임성 강화 및 주주친화적 지배구조 정착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상법 개정에 이어 상속·증여세 개편을 통해 지배주주가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유인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재정경제부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상장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주가가 아닌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현행 제도는 상장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평가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장기간 방치하는 기업을 두고 "승계를 위해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반복돼 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필요성을 언급해온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에 대해 상장주식 역시 비상장주식처럼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액 하한으로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가격이 장부가치에 현저히 못 미칠 경우 낮은 주가를 그대로 과세 기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증권가에서는 해당 법이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구조 하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60%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이로 인해 저PBR을 일부러 방치하거나 지분을 우회 분산하는 형태가 나타날 유인이 존재했다"고 짚었다.

이어 "만약 최대주주 할증 폐지와 PBR 0.8배 과세 하한이 결합되면 복잡한 지배구조 대신 정상적인 방식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배당·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가를 높여 정당한 평가를 받는 쪽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펀더멘탈(기초체력)은 안정적이지만 주주환원과 IR 활동이 부족했던 저PBR 기업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적인 저평가 유인이 완화되며 한국 증시의 하방 리스크 축소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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