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승보다 값진 기록…대전중구리틀야구단의 '꿈을 이루는 야구'

[지역 야구의 뿌리를 찾아서②] 결과보다 과정…"아이들이 야구 통해 사회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 큰 목표"

2014년 창단한 뒤 첫 프로야구로 진출한 LG 트윈스 이영빈. 충남중-세광고 출신인 이영빈은 이민호 대전중구리틀야구단 감독의 아들이다. 지난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LG 트윈스의 선택을 받았다. /뉴시스

대전시 중구 태평교 아래 작은 야구장에서는 매일 어린 선수들의 힘찬 함성이 울려 퍼진다. 화려한 전용구장도, 최고 수준의 훈련시설도 없지만 이곳에서 꿈을 키운 선수들은 전국 정상에 올랐고, 일부는 프로야구 선수라는 새로운 꿈을 이뤘다. 대전 중구 리틀야구단은 단순한 야구단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노력은 환경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지역 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팀이다. <더팩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태평교 야구장에서 시작된 작은 기적과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 편에서는 전국 최강으로 성장한 대전 중구 리틀야구단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두 번째 편에서는 이곳을 거쳐 프로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을 소개하고 이민호 대전 중구 리틀야구단 감독의 야구 철학에 대해 들어본다. '태평교의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편집자주]

이민호 대전중구리틀야구단 감독이 23일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이 시작되기 전 선수들을 소집해 지도하고 있다. /정예준 기자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태평교 아래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공을 쫓던 아이들은 이제 프로야구 무대에서 새로운 꿈을 이어가고 있다.

LG 트윈스 내야수 이영빈(2021년 입단), SSG 랜더스 투수 김준영(2022년 입단), 삼성 라이온즈 포수 박진우(2022년 입단), 한화 이글스 투수 양수호와 황희성(2025년 입단) 이들 모두 대전 중구리틀야구단이 배출한 다섯 명의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여기에 2026년 대학야구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박세준(부산동의과학대 투수)과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웹 야구예능 불꽃야구에 외야수로 출전중인 현빈(대덕대 외야수) 또한 태평교 유등천에서 꿈을 키워온 재능 많은 야구소년이었다.

척박한 야구환경에서 거둔 전국대회 우승 8회라는 화려한 기록도 의미 있지만, 유소년 선수들이 꾸준히 상급학교를 거쳐 프로 무대까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중구리틀야구단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꿈을 이루는 야구'라는 팀 철학이 있다. 이민호 대전중구리틀야구단 감독은 "프로선수 배출이 팀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화이글스 투수 양수호가 리틀야구 유망주 시절 2019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대표팀 선수로 발탁된 후 경기에 나서 역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그는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처음부터 프로선수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지도한 적은 없다"며 "야구를 통해 책임감과 배려를 배우고, 많은 실패와 좌절을 통해 다시 일어나 도전하고 또 도전하여 끝내 포기치 않고 성공해 내는 그러한 기질을 야구를 통해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길을 가든 자신의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선수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라며 "기본기와 인성, 팀워크가 갖춰지면 실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같은 지도 철학은 훈련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이 스스로 그라운드를 정리하고 장비를 챙긴다. 이러한 모습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이 감독은 "야구는 실패가 많은 운동"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도 철학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사회의 오랜 관심과 지원도 한몫했다. 대전중구리틀야구단은 지난 2014년 박용갑(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전 중구) 당시 중구청장 재임 시절 지역 야구 꿈나무 육성을 위해 창단됐다. 작은 리틀야구단 하나가 지역 스포츠의 희망이 되길 바랐던 출발은 10여 년의 시간을 거치며 전국 정상과 프로야구 선수 배출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에도 김제선 현 대전시 중구청장을 비롯한 중구와 중구체육회는 유소년 야구 저변 확대와 안정적인 팀 운영을 위해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고 학부모들의 헌신과 지역사회의 응원이 더해지면서 대전중구리틀야구단의 현재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민호 감독이 리틀야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2019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선수들이 홈런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감독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도, 뛰어난 선수 몇 명의 재능만으로도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행정과 체육계,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씨앗을 뿌리고 물을 준 시간이 있었기에 '태평교의 기적'은 가능했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중구리틀야구단 출신 선수들은 한밭중과 충남중을 비롯한 대전·충청 지역 야구 명문학교로 진학하며 엘리트 선수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에는 현빈(현 대덕대)과 양수호(현 한화이글스 투수)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미국 펜실베니아 윌리암스포트) 대한민국 대표팀 멤버로 활약하며 국제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후배 선수들에게 이들은 가장 가까운 롤모델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그라운드에서 훈련했던 선배들이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이 감독은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도 특별한 재능만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며 "매일 성실하게 훈련하고, 동료들과 함께 성장했던 시간이 있었고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며 상급학교의 감독님들이 코치들과 구슬땀을 흘리며 함께 만들어낸 지금의 결과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성공과 실패는 항상 한 보자가에 쌓여서 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라는 것"이라며 자신의 인생 경험을 웃으며 말했다.

대전중구리틀야구단의 발자취를 한데 모은 사진들 /대전중구리틀야구단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구리틀야구단이 쌓아온 전국대회 우승 8회와 프로야구 선수 5명 배출이라는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꿈을 이루는 야구'라는 짧은 문장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 온 시간의 기록이다.

오늘도 태평교 아래 작은 야구장에는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라운드를 달리는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또 다른 프로야구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다른 길을 걷더라도 중구리틀야구단에서 배운 책임감과 도전 정신을 삶의 밑거름으로 삼을 것이다.

끝으로 이민호 감독은 "프로선수를 몇 명 배출했는지가 중구리틀야구단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행복했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법을 배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게 우리가 말하는 '꿈을 이루는 야구'"라고 힘줘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 다섯 명을 키워낸 팀의 진짜 기록은 우승 횟수나 입단 숫자가 아닐지 모른다. 태평교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또 다른 꿈을 키워내는 힘. 그것이 대전중구리틀야구단이 지난 10여 년 동안 써 내려온 가장 값진 역사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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