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울릉도의 밤은 잠들어서는 안 된다
관광객과 현지 주민들에게 특별한 감성을 준 울릉도 해변포장마차, 민선6기 민원발생으로 영업이 중단됐다. /독자 제공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한때 울릉도의 밤은 여행객들에게 가장 오래 남는 추억이었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은은한 음악과 함께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 도동항의 밤 풍경은 울릉도 관광의 상징이었다.

낮에는 성인봉과 해안 절경을 즐기고, 해가 지면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도동항으로 향했다. 도동 우안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해변 포장마차와 즉석에서 회를 떠주던 노상 좌판은 울릉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이었다.

파도 소리는 음악이었고, 바닷바람은 여행의 운치를 더하는 요소였다. 신문지 한 장을 깔고 앉아 낯선 사람들과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 밤 풍경은 울릉도만의 경쟁력이었다.

해변포차에서 바라본 울릉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 /독자 제공

하지만 지금 도동항의 밤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관광지라기보다 적막한 항구에 가까운 모습이다. 밤이 되면 불빛보다 어둠이 먼저 찾아오고 관광객보다 고요함이 먼저 자리한다. 숙소로 돌아간 관광객들은 다시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 식당 영업이 끝나면 주변 상권도 함께 멈춘다.

관광객은 잠만 자러 오는 사람이 아니다.

먹고, 걷고, 즐기며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낮의 절경만으로는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소비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관광의 경쟁력은 해가 진 뒤 얼마나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전국의 주요 관광지는 이미 야간 콘텐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야시장, 버스킹, 야간 경관, 먹거리 공간 등을 통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적당한 활기는 불편이 아니라 관광지의 생명력이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지역경제가 살아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

그러나 울릉도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객과 현지 주민들에게 특별한 감성을 준 울릉도 해변포장마차, 민선6기 민원발생으로 영업이 중단됐다. /독자 제공

민원을 우려하고 규제를 앞세우는 사이 관광객이 소비할 공간은 줄었고, 지역 상권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머물고 즐길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안전과 위생, 질서를 무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필요한 것은 무조건 막는 행정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해법을 찾는 행정이다. 일정한 시간과 공간을 정하고, 위생·안전 기준을 마련해 합법적인 야간 먹거리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최근 한 관광객의 말은 울릉 관광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15년 전 부둣가에서 오징어회를 먹으며 바닷바람을 맞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운치가 사라졌네요."

단순한 추억의 이야기가 아니다. 울릉 관광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목소리다.

배상용 울릉발전연구소장은 "저녁에 스쿠터를 타고 도동항을 한 바퀴 돌면 암흑천지를 보는 것 같아 참담하다"며 "관광객을 숙소 밖으로 끌어낼 콘텐츠가 부족하고 결국 저동 야시장으로 손님을 보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지적은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경고다.

관광객과 현지 주민들에게 특별한 감성을 준 울릉도 해변포장마차, 민선6기 민원발생으로 영업이 중단됐다. /독자 제공

특히 울릉도는 공항 개항이라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앞두고 있다. 공항은 관광객을 데려올 수 있지만, 그들을 머물게 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다. 밤이 살아 있지 않은 관광지는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하기 어렵다.

관광객이 밤에도 거리로 나와 걷고, 먹고, 즐겨야 식당이 살고 숙박업이 살며 택시와 지역 상권도 함께 살아난다.

관광 상권은 한두 곳의 성공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한 가게가 붐비면 주변으로 소비가 확산되고, 시장 전체가 활력을 얻는다.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가 어우러질 때 관광객은 더 오래 머문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모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상인은 경쟁보다 상생을 고민해야 하고, 지역 리더들은 민원보다 발전 가능성을 바라봐야 한다. 행정 역시 규정 준수와 함께 지역 현실을 반영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도동항은 울릉도의 얼굴이다.

그 얼굴이 매일 밤 적막 속에 묻힌다면 울릉 관광의 미래도 밝다고 하기 어렵다.

관광지는 조용해서 성공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이 모이고, 웃음이 넘치고, 소비가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관광지가 된다.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를 찾을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울릉도의 밤을 다시 살릴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울릉도의 밤은 잠들어서는 안 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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