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자유게시판 사실상 운영 중단…"폐쇄" vs "소통창구 지켜야"

도배·인신공격성 게시물에 민원 잇따르자 폐쇄 검토
주민들 "악성 글 관리해야" vs "행정 비판 공간 사라져선 안 돼"


울릉군청 누리집 참여마당에 자유게시판 코너가 폐쇄된 모습 /울릉군청 누리집 갈무리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울릉군민들의 주요 소통창구 역할을 해온 울릉군청 누리집(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지난 3일부터 사실상 운영이 중단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의 도배성 글과 인신공격성 게시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게시판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울릉군이 자유게시판 폐쇄를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자유게시판에는 지난해 이른바 '삼겹살 파장' 이후 울릉도 관광과 군정 등을 둘러싼 비판적인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이후 특정 이용자들이 반복적으로 글을 올리면서 게시판 운영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울릉군은 앞서 자유게시판 실명제를 폐지하는 등 운영방식을 변경했지만, 악성·반복 게시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결국 게시판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릉군청 누리집 참여광장과 관련, 김나영 전국민주 연합노동조합 울릉군지부장은 7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자유게시판이 자취를 감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이후 울릉도 관광을 향한 쓴소리와 비난이 쏟아졌고 일부 특정인의 도배성 글이 이어지자 실명제를 폐지하더니 급기야 공간 자체를 없애려 한다"며 "광적으로 도배되거나 지자체장을 향한 무분별한 비방 글은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소통창구 자체를 통째로 닫아버리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게시판을 직접 이용하지 않는 주민들도 게시된 글을 통해 지역 현안을 접해왔다는 점에서 폐쇄에 따른 소통 공백을 걱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비록 직접 글을 남기지 않더라도 수많은 군민들이 눈과 귀를 열고 소통의 공간으로 이용하던 곳이 자유게시판이었다"며 "주민들의 일상적인 목소리가 오가야 할 참여 공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지금 울릉군은 누구를 향해 소통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게시판을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배상용 울릉군발전연구소장은 최근 자신의 글을 통해 "한두 사람이 자유게시판을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인신공격성 글을 무차별적으로 올리니 누가 불편한 심기를 느끼지 않겠느냐"며 "필자 역시 심기를 다치기 싫어 자유게시판을 방문하지 않은 지 한 달은 족히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배 소장은 게시판 관리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법적 문제 등을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현실도 언급했다.

그는 "한두 사람의 악성 댓글 테러로 인해 자유게시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상태로는 운영을 하나마나한 상황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지한 뒤 자유게시판을 폐쇄하는 것도 현실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며 "각종 SNS 등 다른 공론의 장이 존재하는 만큼 굳이 자유게시판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실보다 득이 적다면 폐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울릉군은 자유게시판을 둘러싼 민원이 상당수 접수된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운영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몇몇 특정인으로 인해 자유게시판 이용을 꺼려한다는 내용과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전화를 수십 차례 받았다"며 "현재 상황과 추이를 살펴본 뒤 운영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자유게시판 폐쇄가 악성 게시글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악성·도배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게시물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반복적인 비방이나 인신공격에 대해서는 차단·삭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행정에 대한 비판과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행정의 투명성과 주민 참여가 강조되는 가운데 지자체 홈페이지 역시 단순한 행정정보 전달창구를 넘어 주민과 행정기관이 의견을 주고받는 소통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언론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문제점에 대해 수많은 지역 언론 가운데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며 "행정기관이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주민들의 알 권리를 대변하고 행정의 맹점을 짚어내는 것이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울릉군 자유게시판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히 게시판을 유지할 것인지 폐쇄할 것인지의 문제를 넘어, 악성 게시물에 대한 관리와 주민의 표현·소통 공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tk@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