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성과급 갈등' 확산…통합노조 신설 초읽기

사흘간 3500명 결집…설립신청서 제출
성과급 자사주 지급 결정 등 쟁점


SK하이닉스에서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동조합 설립이 추진된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SK하이닉스에서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동조합 설립이 추진된다.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회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다시 조정하려 하자 구성원들이 반발하면서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교섭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합노조 준비 모임은 지난 5일 꾸려진 뒤 사흘 만에 35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의 10% 수준이다. 통합노조 임시위원장은 지난 8일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지했고 이르면 이번 주 정식 출범이 예상된다. 추진위는 지난해 합의된 성과급 지급 약속의 완벽한 이행을 최우선 목적으로 내걸고 회사가 낸 협상안 철회와 성과급의 임단협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체계다. 노사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삼고 기본급 1000%였던 지급 상한을 없애기로 했다. 산정액의 80%는 해당 연도에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나눠 지급하는 구조를 10년간 이어가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교섭에서 PS 가운데 절반 넘는 몫을 자사주로 돌리고 매도 제한 기간을 두자는 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일시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는 업황 등락이 큰 사이클 산업이므로, 불황 시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노조 측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직원이 떠안고, 주식을 받는 시점 시세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는 점도 문제 삼는다. 지난해 합의를 1년 만에 바꾸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노사는 지난 6월 말 협상에 들어가 지난 4일 청주캠퍼스 5차 본교섭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성과급 재원과 지급 방식을 놓고 약 6개월간 노사 협의를 끌었다. 지난해 12월 교섭에 들어가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20일 밤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반도체(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 골자였다. 다만 2026~2028년은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2029~2035년은 100조원을 달성해야 지급하는 조건이 붙었다. 당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조합원을 7만6000여명까지 늘려 과반 지위를 확보한 상태였다.

정부의 정책 기류도 변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구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 성과급은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도록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고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성과급을 포함한 교섭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지침을 이달 중 낼 예정이다.

그룹 총수는 성과급 제도 손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성과급 제도가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합노조 출범 이후의 관건은 교섭 지위다. 노조가 여럿인 사업장에서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대표노조를 가려야 한다. 통합노조가 출범하더라도 대표노조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진행 중인 임단협에 참여하기 어렵다. 올해 교섭에 들어갈지, 내년부터 나설지가 쟁점이다. SK하이닉스는 새 노조 설립과 별개로 기존 노조와 대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index@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