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호실적 속 적자 롯데마트…오카도 승부수 될까

롯데마트 국내 사업 적자…해외도 정체
영국 오카도와 부산 '24시간 배송' 구축
플랫폼 '제타' 낮은 인지도 극복은 과제


롯데마트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선보인 인공지능(AI) 물류센터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롯데마트는 2분기 실적에서 백화점과 다르게 실적 부진을 나타냈다. /롯데마트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롯데쇼핑이 백화점 부문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해외 사업 호조에 힘입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쇼핑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인 롯데마트는 적자를 기록해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선보인 인공지능(AI) 물류센터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지 이목이 쏠린다.

10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7일 부산광역시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개장했다. 2023년 12월 착공에 들어간 이 센터는 연면적 약 4만㎡(1만2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2022년 11월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입해 국내에 총 6곳의 CFC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CFC는 롯데마트가 4년의 준비를 거쳐 그룹의 모태인 부산에서 선보인 첫 번째 핵심 거점으로, AI 기반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준공에만 2000억원이 투입됐다.

센터에는 온라인 장보기 전 과정을 제어하는 오카도의 기술력이 적용됐다. 1000대의 AI 로봇이 3만5000개 상품을 직접 포장하며 배송을 지원한다. 롯데마트는 부산과 영남권 400만세대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2~3시간 간격으로 원하는 수령 시점을 선택해, 하루 13회에 걸쳐 배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개장을 통해 채소, 과일, 한우 등 신선식품의 산지 직매입을 강화한다. 배송은 부산·창원·김해 등을 센터가 즉시 전담하고, 내년 대구와 울산 등 영남권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측은 "데이터와 AI 기반 수요 예측을 통해 상품 피킹부터 패킹, 출하, 배송 노선 최적화 등의 과정을 자동화했다"며 "특히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엔드 투 엔드(End-to-End) 콜드체인'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4년 10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롯데온으로부터 신선식품사업(e그로서리)부를 흡수 통합한 후 이듬해 4월 구독형 멤버십인 제타패스를 선보였다. /롯데마트

◆ 백화점 호실적인데, 할인점은 적자…오카도로 쏠리는 눈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한 3조4850억원, 영업이익이 121.2% 오른 899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호실적은 본업인 백화점 부문의 성장과 외국인 매출 증가, 해외 사업 호조가 이끌었다.

이 기간 국내 백화점 부문 매출은 8.8% 상승한 8556억원, 영업이익은 77.6% 급증한 1123억원을 나타냈다. 특히 백화점 2분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08% 올랐으며, 상반기 누계 매출은 6400억원을 달성했다.

백화점 부문의 해외 매출도 전년 대비 20.6% 증가한 356억원, 영업이익은 309.7% 뛴 7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현재 해외에서 총 4곳(베트남 3곳·인도네시아 1곳)의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베트남에서만 매출이 26% 올라 전체 실적을 떠받쳤다.

반면 국내외 할인점(마트) 사업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분기 국내 할인점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9789억원을 기록했으나,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해에 이어 적자 기조를 유지했다. 할인점 부문 해외 매출 역시 전년 대비 0.2% 소폭 오른 3506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51.5% 급감한 43억원에 머물렀다.

롯데쇼핑 측은 "국내는 마트·슈퍼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라며 "해외는 인도네시아 현지 소매시장 위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는 부산 지역을 거점으로 오카도와의 24시간 배송을 시작한다. 다만 제타가 시장 안착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령화 인구 비중이 높은 부산에서 사업이 효과를 거둘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마트

◆ 제타 '시장 안착' 아직인데, 부산 '24시간 배송' 괜찮을까

이처럼 롯데쇼핑의 두 축인 백화점과 할인점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오카도와 협업한 롯데마트의 성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통해 온라인 식료품 배송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2019년 약 17조1700억원에서 2025년 약 52조30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소매판매액 대비 온라인 거래액 비율)은 28% 수준으로 패션(33%)·화장품(41%)·가구(50%) 등에 비해 낮다. 롯데마트는 이 같은 시장 잠재력에 착안해 식료품 24시간 배송망을 구축했다.

다만 롯데마트의 오카도 승부수가 통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을 들여온 식료품 플랫폼 '제타'의 부진이 대표적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4년 10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으로부터 신선식품사업(e그로서리)부를 흡수 통합한 뒤, 지난해 4월 제타를 정식 출범했다.

롯데마트는 제타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각종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무제한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형 멤버십 '제타패스'도 선보였다. 월 구독료 역시 2900원으로 책정해 경쟁사인 쿠팡의 와우 멤버십(월 7890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제타가 기존 강자들이 구축한 진입장벽을 허물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제타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출시 1주년인 지난 5월 기준 70만명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쿠팡(3400만명대)이나 11번가(800만명대) 등 기존 대형 이커머스 업체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제타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산을 거점으로 배송 사업을 전개하는 점도 부담이다. 부산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 인지도가 낮은 제타가 현지 유통망과 소비층을 흡수하기까지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부산은 지난해 총인구가 전년 대비 0.7% 감소한 323만5000명에 머문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0만7000명으로 전체의 24.9%를 차지했다. 이는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롯데마트는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외부 배달앱과의 제휴를 배제한 채 제타 중심의 자체 배송망을 고집해 왔다. 2022년 새벽배송, 2024년 퀵커머스, 2026년 익일배송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오카도 기반의 24시간 온라인 배송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카도와 손잡은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이 롯데마트의 사운을 건 승부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 신선식품 노하우와 영국 오카도의 AI 로봇 물류 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물류센터"라며 "부산과 영남권 고객에 신뢰받는 지속 가능한 미래형 물류센터의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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