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항공사' 출범 코앞…출구 전략 찾는 LCC

통합 대한항공·진에어 등장에 경쟁구도 재편
LCC, SSC·HSC 등 새 사업모델로 차별화 승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열린 '트리니티항공 브랜드 론칭 & 유니폼 런웨이 행사'에서 승무원들이 워킹을 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공항사진기자단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LCC까지 출범하면 규모 경쟁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기존 단거리·저비용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12월 17일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완료하고 통합 항공사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안전운항체계 변경검사와 해외 항공당국 인허가 등 남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에는 LCC 시장 재편도 이어진다. 한진그룹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사는 통합 법인 출범을 위한 전담 조직을 꾸리고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항공시장은 FSC와 LCC 모두 한진그룹 계열 항공사의 몸집이 크게 커지게 된다. 항공기와 노선 수뿐 아니라 중복 노선 조정과 슬롯 활용, 정비·운항 효율화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도 가능해진다.

기존 LCC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LCC들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낮은 운임을 앞세워 성장해왔지만 경쟁사가 늘어나면서 가격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통합 LCC까지 등장하면 공급 확대와 운임 경쟁만으로 시장을 확보하기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최근 티웨이항공에서 사명을 변경한 트리니티항공은 기존 LCC와 다른 선택형 서비스 항공사(SSC)를 새로운 사업 모델로 내세웠다.

SSC는 노선과 고객 수요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에는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부분은 효율화하는 방식이다. LCC의 합리적인 운임과 운영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서비스에 선택적으로 투자해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노선 거리에 따라 서비스 전략도 차별화한다. 단거리 노선에서는 합리적인 운임을 유지하고 장거리에서는 공항과 객실 서비스를 강화한다. 장거리 비즈니스석에는 기내 엔터테인먼트와 기내 인터넷을 확대하고 코스형 기내식과 와인·맥주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석에서도 샐러드와 음료 등 기내식 구성을 강화한다.

소노그룹이 보유한 호텔·리조트 등 인프라와 항공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유럽·호주 등 기존 장거리 운항 경험을 토대로 향후 미주까지 네트워크를 확대해 단거리 운임 경쟁에 집중했던 기존 LCC 사업 구조에서 벗어난다는 구상이다.

에어프레미아는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를 표방하며 대형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과 기존 LCC보다 강화된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FSC와 LCC 사이의 시장을 공략하는 시도는 에어프레미아가 먼저 시작했다. 에어프레미아는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를 표방하며 대형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과 기존 LCC보다 강화된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천-로스앤젤레스·뉴욕·샌프란시스코·워싱턴DC 등 미주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며 국내 LCC들이 집중해온 일본·동남아시아 시장과 다른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파라타항공 역시 HSC를 내세워 중·장거리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파라타항공은 최근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 18석과 이코노미 클래스 242석 등 총 260석 규모의 A330-200 5호기를 도입했다. 중·장거리 운항에 적합한 광동체 기종을 추가하면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미주 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도입도 추진 중이다.

트리니티항공의 SSC와 에어프레미아·파라타항공의 HSC는 세부 전략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존 FSC와 LCC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좌석과 기내 서비스, 장거리 노선 등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부분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SSC와 HSC는 공식적인 항공사 분류는 아니다. 국내 항공산업의 제도적 분류는 FSC와 LCC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SSC와 HSC는 각 항공사가 사업 전략과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개념에 가깝다.

새로운 사업 모델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중요하다.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려면 광동체 항공기와 운항 인력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기내식과 라운지,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를 강화할수록 비용 부담도 커진다. 서비스 강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당하면서 FSC보다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려면 높은 탑승률과 안정적인 운임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특히 통합 대한항공에 이어 통합 LCC까지 등장하면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의 성과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통합 항공사와 직접적인 외형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노선과 가격, 서비스를 세분화해 독자적인 수요층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면 규모나 노선 경쟁에서는 기존 항공사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SSC나 HSC처럼 기존 LCC와 다른 모델을 시도하는 것도 결국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서비스를 늘리면 그만큼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차별화 자체보다 고객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만큼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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