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40억 현금 부담에 강제집행 우려까지…최태원, 재상고 택한 배경

노소영 '전액 현금' 고수에 합의 불발
하이닉스·실트론 기여도 산정 법리 재공방 전망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재산분할 판결에 재상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944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금을 단기간에 전액 현금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데다, 지분 매각 시 발생할 경영권 흔들림과 강제집행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고법 가사2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은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판결을 수용하고 9440억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선고 후 불과 3주 만에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측은 보유한 SK㈜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살펴봤다. 그러나 SK㈜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회사인 만큼 대규모 지분 매각이 주가 급락과 경영권 위협 등 일반 주주 및 그룹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했다.

이에 현금과 주식을 함께 지급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하고 주가가 오르면 상승분을 노 관장 측에 귀속하는 방식이다. 재산 가치를 보장하면서 대규모 주식 매각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은 944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급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 회장 측의 판결 수용도 어려워진 것이다.

자산 강제집행 가능성도 재상고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대출이나 자산 매각 등 현금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의 SK㈜ 지분 등 핵심 자산이 예기치 못한 시점에 압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결국 재상고로 자금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동시에 재산분할 비율과 기여도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다시 받겠다는 취지다.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의 판단이 대법원 취지를 제대로 반영했는지도 다툴 전망이다.

재상고심에서는 SK하이닉스의 성장 과정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가 주요 쟁점이다. SK그룹은 지난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했고 이후 반도체 사업 성장과 함께 기업가치가 크게 확대됐다. 최 회장은 반대 여론 속에서도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반면, 당시 노 관장은 주요 경영진에게 인수를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경영 리스크를 전적으로 감당한 최 회장과 달리, 인수를 반대한 노 관장에게 하이닉스 가치 상승분에 대한 동일한 기여도를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에도 이목이 쏠린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두 사람의 관계가 사실상 파탄한 이후 형성됐고 노 관장의 기여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재상고는 재산분할금 지급 방식과 자금 조달 문제뿐 아니라 SK그룹의 기업가치 형성 과정에서 양측의 기여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다시 다투는 절차로 이어질 전망이다.

kimsam119@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