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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의성=김성권 기자] "쏴아아~!" 낙동강 수면을 가르던 제트스키 한 대가 방향을 확 틀자 하얀 물보라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강변에 서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부우우웅~!" 뒤이어 또 다른 제트스키가 굉음을 내며 수면 위를 내달렸다. 물살은 거칠게 갈라졌고, 물보라는 은빛으로 반짝였다.
광복절 마지막 연휴인 17일 찾은 경북 의성군 낙단보 일대. 평소라면 잔잔한 낙동강 물결과 강변 풍경이 전부였을 이곳이 이날만큼은 달랐다.
강 위에서는 제트스키가 속도 경쟁을 벌였고, 강변에서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선착장에서는 유람선 율정호가 느긋하게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낙단보가 거대한 '물의 놀이터'로 변한 순간이었다.
강변 계류장에는 바나나보트와 웨이크보드, 밴드웨곤 등 각종 수상레저 기구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구명조끼를 챙겨 입은 이용객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물 위에서 펼쳐질 짜릿한 순간을 기대했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 장비를 바라보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문 라이더들이 제트스키를 점검하며 출발을 준비했다.
잠시 뒤 엔진음이 다시 강변을 뒤흔들었다.
제트스키가 물 위로 튀어나오듯 질주하자 강물은 기다렸다는 듯 거대한 물보라를 토해냈다. 라이더가 몸을 낮추고 방향을 틀 때마다 물살은 더욱 거칠게 뒤집혔다.
특히 대한제트스키협회 관계자들의 수상 묘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제트스키 여러 대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빠르게 수면을 가르더니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하얀 물보라가 연이어 솟구쳤다.
"와!" 강변에 있던 어린이들은 연신 손가락으로 물 위를 가리켰다. 어른들도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연속해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강 건너편까지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 잔잔했던 낙동강은 어느새 모터스포츠 경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현장의 또 다른 주인공은 전문 라이더들이 아니었다.
수상레저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도 하나둘 물 위로 나섰다.
지상에서는 교관들의 안전교육이 이어졌다. 운전 방법부터 방향 전환, 제동, 안전수칙까지 설명이 꼼꼼하게 이어졌다.
교육을 마친 이용객들은 헬멧을 쓰고 조심스럽게 제트스키에 올라탔다.
출발 직전만 해도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핸들을 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제트스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표정은 금세 달라졌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제트스키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헬멧 아래로 웃음이 번졌다. 강변에 있던 가족들은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경기 성남에서 가족과 함께 낙단보를 찾은 이모 씨(54)는 "입소문을 듣고 처음 왔는데 내륙 한가운데 이렇게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바나나보트와 밴드웨곤 등을 타면서 더위도 잊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물 위에서 보내는 하루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다. 물에 몸을 맡긴 채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부모들. 낙단보 강변 곳곳에서 여름 휴가의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제트스키가 속도와 스릴을 보여줬다면 선착장 한쪽에서는 유람선 '율정호'가 전혀 다른 낙동강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풍스러운 돛단배 형태의 율정호가 천천히 선착장을 빠져나갔다.
율정호는 조선시대 일본에 다녀온 의성 출신 율정 박서생 선생의 배에서 착안해 의성군이 제작한 유람선이다.

박서생과 청년통신사공원 선착장을 출발한 율정호는 상주 중동교까지 왕복 11㎞ 구간을 약 45분 동안 운항한다. 배가 속도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물살을 가르자 주변 풍경도 여유롭게 눈에 들어왔다. 강을 따라 펼쳐진 연꽃 군락과 자연 암벽, 산세가 차례로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강 위를 뒤흔들던 제트스키의 굉음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한쪽에서는 '부우웅'하는 엔진음과 함께 제트스키가 물보라를 일으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율정호가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냈다.
낙단보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수상 콘텐츠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와 달리 현장의 안전관리는 차분했다.
센터 관계자들은 이용객들이 탑승하기 전 구명조끼 착용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계류장에서는 이용객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안내했고, 레저기구를 이용하기 전에는 기구별 이용방법과 안전수칙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물 위에 나간 뒤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수상레저가 속도와 스릴을 즐기는 만큼 작은 부주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 보존을 위한 안내도 이어졌다.
이용객들에게 쓰레기와 오물을 되가져가도록 안내하고 낙동강 수변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센터 관계자는 "이용객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게 종사자들이 항상 긴장감을 갖고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율정호 수상레저센터가 국내 내륙을 대표하는 수상레저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낙단보의 변신은 단순한 관광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9월 11일부터 사흘간 율정호 수상레저센터에서는 제트스키 월드컵 한국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이 열린다. 이어 10월 23일부터 사흘간 2차 선발전이 예정돼 있다.
대한제트스키협회 자격시험에 합격한 국내 라이더라면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다.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제트스키 월드컵을 향한 국내 라이더들의 경쟁이 낙단보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율정호 수상레저센터는 앞서 제트스키 월드컵 개최 기관인 월드그랜드픽스(WGP1)로부터 국내 최초 제트스키 국제 경기장으로 공인받았다.
국가대표 선발기관 자격까지 획득하면서 낙단보는 단순한 지역 수상레저 시설을 넘어 국제무대를 향한 국내 선수들의 경쟁 장소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광복절 연휴의 낙단보는 뜨거웠다. 아이들은 물놀이에 웃음을 터뜨렸고, 가족들은 강변에 서서 제트스키의 질주를 바라봤다. 휴대전화 카메라는 쉴 새 없이 물 위의 순간을 담아냈다.
강 위에서는 라이더들이 속도를 겨뤘고, 선착장에서는 율정호가 느긋하게 낙동강 물길을 따라 움직였다.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제트스키와 잔잔하게 물살을 가르는 율정호.
전혀 다른 두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낙단보는 이제 단순한 수변공간을 넘어섰다.
레저와 관광, 스포츠가 한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곳. 산과 강이 어우러진 의성 낙단보가 국내 내륙 수상레저의 새로운 무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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