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숙원' 국립의대 무산 기로…목포대·순천대 갈등에 시민사회도 결단 촉구

정부 제출 하루 앞두고도 의대 소재지 이견…통합 합의 끝내 불발

전남 지역의 숙원인 의대 신설이 무산될 위기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더팩트 DB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전남 지역의 30년 넘은 숙원인 국립의과대학 신설이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 간 통합 갈등으로 무산될 기로에 섰다.

정부에 제출할 의대 신설 추진계획서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두 대학은 의대 소재지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개별 계획서를 제출하고 전남광주시가 순천대 계획서를 반려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시민사회에서는 양 대학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전남광주시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요구한 '지역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추진계획서' 제출 기한은 20일까지다.

정부는 '의과대학 없는 지역에 의과대학 신설 추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2030학년도 지역 의대 신설 정원으로 100명을 배정했다.

후보 지역은 경북과 옛 전남으로, 전남은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대학에 의대를 신설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두 대학은 그동안 통합과 국립의대 신설이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통합대학 본부와 의대·대학병원 소재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양 대학 총장과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이 여러 차례 협상과 조정에 나섰지만 의대 소재지 문제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두 대학은 지난 18일 전남광주시의 요청에 따라 공동 계획서 대신 각자의 입장을 담은 의대 설립 추진계획서를 각각 제출했다.

목포대는 의대 신설 필요성과 신청 정원 규모, 지자체 지원 계획 등을 중심으로 계획서를 작성했다. 반면 순천대는 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를 순천으로 명시하고 교육부가 요구한 9개 항목을 모두 기재했다.

전남광주시는 순천대의 계획서가 '양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의대 신설'이라는 정부 방침과 맞지 않는다며 반려했다.

순천대는 19일 오후 시가 요구한 3개 항목만 추려 계획서를 다시 제출했다.

순천대는 이 과정에서 시의 대응에 유감을 표했다.

순천대는 계획서 제출 20여 분 만에 반려 방침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공식 반려 공문은 이튿날 도착했다며 검토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양 대학 간 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한 내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따라 작성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를 둘러싼 대학 간 갈등이 지자체와 대학 사이의 절차적 공방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지역 내부에서도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동부권에서는 순천대 의대와 대학병원의 순천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서부권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목포대와 순천대의 조속한 통합을 요구하며 30년 넘게 이어진 국립의대 신설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 제출 시한을 하루 앞두고 광주 시민사회도 양 대학에 결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27개 단체로 구성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순천대와 목포대는 의료 격차 해소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배신하지 말라"며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의대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두 대학이 통합을 전제로 유치 계획서를 제출하되 의대 설치 지역은 정부 결정에 따르고, 의대가 설치되지 않는 지역에는 통합대학 본부와 상급 국가의료원을 배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국립의대 신설의 목적이 대학이나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가 아닌 의료취약지역의 필수·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협의회는 "수십 년간의 외침과 노력 끝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양 대학 간 이권 다툼으로 무산시켜서는 안 된다"며 소지역주의적 갈등을 넘어 상생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전남광주시는 마지막까지 두 대학의 합의를 기다리면서도 통합이 최종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별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는 20일까지 양 대학이 합의하면 통합대학과 공동으로 추진계획서를 제출하고, 합의에 실패할 경우 시가 작성해야 하는 의대 신설 필요성과 신청 정원 규모, 지자체 지원 계획 등 지자체 의견을 우선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후 교육부를 상대로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현행 의대 설립 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지도 건의할 계획이다.

민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합이 안 됐다고 해서 의대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어떤 형태로든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시가 어느 대학과 신청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며 "20일이 지난 뒤 교육부의 입장을 듣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일 제출 시한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다.

두 대학이 통합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제로 내건 '통합대학 국립의대' 방식으로는 정상적인 공동 계획서 제출이 어려워진다.

전남광주시가 설립 방식 변경이라는 우회로를 찾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국립의대 논의가 어느 대학, 어느 지역에 의대를 둘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에 가로막히면서 30년 넘게 이어온 지역 숙원이 다시 한번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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