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부장판사, "대법관 제청 반려·재제청, 초법적 발상"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법원망에 글 올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두고 제청 반려와 재제청 요구 등이 거론되자 현직 부장판사가 "초법적 발상에 아연해진다"고 비판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두고 일각에서 제청 반려와 재제청 요구 등이 거론되자 현직 부장판사가 "초법적 발상에 아연해진다"고 비판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1기)는 이날 오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이 조문 어디에'라는 글을 올려 대법관 제청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대통령과의 협의에 따라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던 오랜 관행이 깨졌다"며 "임명권을 무시하고 법치를 파괴했으니 위헌이고 탄핵 사유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그 바탕에서 '제청을 반려하고 다시 제청을 요구하겠다,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송부하지 않겠다'라는 소리도 들린다"며 "유력 정치인이 사법부 구성원을 상대로 위 비판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예상 못한 일, 낯선 모습"이라며 "사법부가 다시 분란의 중심이 돼 부담스럽고 불안하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관습은 때로 권리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법, 심지어는 헌법이 되기도 한다"면서도 "법률가 중 직업적 양심을 걸고 이번 제청이 위헌 또는 위법이라고 단정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임명권자와 협의한 뒤 그 의지를 수용해야 한다'는 내적 한계가 있을 수 있느냐"며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권 하에서든 대법원장의 제청이란 대통령의 임명 의중에 대한 사전 공표에 불과하고, 헌법 조문이 명시적으로 요청하는 '3부의 관여'는 '2부의 관여'로 새롭게 해석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이번 제청에 대한 비판은 지나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제청 반려, 재제청 요구, 임명동의안 송부 거부에 이르러서는 초법적 발상에 아연해지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백보를 양보해 이번 제청을 정권을 흔들려는 꼼수로 치더라도 헌법을 준수해야 할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의식한다면 시도해선 안 될 일"이라며 "헌법대로 임명권을 행사하거나 임명을 거부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자랑스러운 대법원장이어서가 아니다. 계엄 후 지금껏 대법원이 보인 일련의 처신에 문제가 없기 때문도 아니다"라며 "그저 있는 법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상식이고 우리 사회가 합의한 최저선"이라고 덧붙였다.

또 "위헌·위법·남용을 주장하는 분들, 전례 없는 방식으로 제청을 무효화하겠다는 분들은 잠시라도 위 헌법 조문(헌법 제104조 제2항)을 되새겨주시기 바란다"며 "이 조문 어디에 그런 말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부장판사는 2023년 6월에도 코트넷에 '걱정과 참담 사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법관 임명 절차를 둘러싼 대통령실의 입장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적임자를 선택해 대법관으로 제청하는 것이 대법원장의 일이고, 제청된 후보자의 자격을 살펴 동의안을 가결 또는 부결시키는 것은 국회의 일"이라며 "제청·동의를 받은 후보자라도 임명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이어 "누군가 특정인의 대법관 취임을 못마땅해 한다 해도 대법원장으로 하여금 제청 못 하게 해선 안 될 일"이라며 "그건 헌법이 정한 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 절차를 진행한 것을 두고 여권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손 후보자에 대한 제청을 반려하고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하도록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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