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답보다 질문"…호수돈여중, 학생이 주인공인 배움의 축제 '러닝 페어'

<더팩트>-대전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미래를 심는 학교, 창의인재씨앗학교' ④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진행한 러닝 페어 행사 모습. /정예준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와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학교 교육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키우고 미래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창의인재씨앗학교'를 통해 학교별 특색을 살린 교육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더팩트>는 '미래를 심는 학교, 창의인재씨앗학교' 기획 시리즈를 통해 대전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미래교육 실험과 성과를 소개한다. 네 번째 순서는 학생 주도 탐구와 IB·AI 교육을 통해 미래형 배움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호수돈여자중학교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진행한 러닝 페어 행사 모습. /정예준 기자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교실에서 학생이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교사의 설명을 듣고 정답을 찾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일까.

대전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최근 학교 현장에서 시도한 '러닝 페어(Learning Fair)'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보여줬다. 학생들이 직접 탐구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은 뒤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결과를 만들어냈고, 그 과정을 학부모와 학교 구성원 앞에서 공유했다.

교사가 수업을 보여주고 학부모가 참관하던 기존 공개수업의 틀에서 벗어나 학생이 배움의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호수돈여중은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전교생이 참여하는 '2026학년도 IB 관심학교·창의인재성장학교 연계 호수돈 러닝 페어'를 운영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진행한 러닝 페어 행사 모습. /정예준 기자

◇ 공개수업에서 '학생 발표'로…배움의 중심을 옮기다

러닝 페어는 기존 학부모 공개수업을 대체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 공개수업에서는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학부모가 교실에서 이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호수돈여중은 이 구조를 바꿨다.

학생들이 직접 탐구의 주체가 돼 자신의 학습 과정을 설명하고 결과물을 발표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교과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찾아 탐구 질문으로 발전시켰다. 사회·과학·국어·역사 등 여러 교과의 내용을 연결해 실생활과 관련된 주제를 살펴보고, 하나의 답을 찾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했다.

탐구 과정은 모둠 활동으로 진행됐다.

4~5명의 학생이 한 모둠을 구성해 역할을 나누고 자료를 찾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탐구 방향을 조정했고, 조사한 내용을 발표 대본과 학술 포스터로 정리했다.

발표를 앞두고는 여러 차례 리허설도 진행했다. 발표 내용을 고치고 전달 방식을 다듬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고민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진행한 러닝 페어 행사 모습. /정예준 기자

◇ AI는 '답을 찾는 도구' 아닌 '탐구를 돕는 도구'

이번 러닝 페어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생성형 AI의 활용이다.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 자료와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다만 AI가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여러 자료를 비교하고 정보의 신뢰성을 살펴보면서 필요한 내용을 골라내고 자신의 탐구에 맞게 다시 구성했다.

AI 중점학교 운영과 연계해 학생들이 AI를 단순히 정답을 얻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정보를 탐색하고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교육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디지털·정보 활용 역량과도 맞닿아 있다.

정보가 부족해서 어려운 시대가 아니라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진 시대인 만큼, 무엇을 찾느냐 못지않게 찾은 정보를 어떻게 판단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진행한 러닝 페어 행사 모습 /정예준 기자

◇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에서 '함께 길 찾는 사람'으로

학생 중심의 탐구가 가능했던 데에는 교사의 역할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호수돈여중 교사들은 학생들이 탐구 질문을 만드는 단계부터 자료 수집, 발표 준비, 리허설, 개별 피드백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

학생의 생각을 대신 정리하기보다 학생 스스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생이 어떤 주제를 선택했는지, 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자료를 조사하면서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며 탐구의 방향을 조정했다.

IB 교육에서 강조하는 탐구 중심 학습과 학생 주도 학습이 실제 교육과정 안에서 구현된 셈이다.

호수돈여중은 창의인재씨앗학교에서 창의인재성장학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축적한 교육 경험도 러닝 페어에 접목했다.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고 교사는 그 과정을 지원하는 조력자가 되는 수업 문화를 학교 전체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진행한 러닝페어 행사 모습. /정예준 기자

◇ 12개 학급 모두 참여…101명 무대에

지난 7월 16일 열린 최종 발표회에서는 학생들의 탐구 결과가 공개됐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12개 학급 전체가 참여했고, 모든 학생이 탐구 활동을 수행했다.

7월 15일 학급 내·학급 간 발표를 거쳐 교사 전체의 평가로 최종 24개 팀이 선정됐다. 모두 101명의 학생이 학교 대표로 최종 발표 무대에 올랐다.

강기순기념관에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학술 포스터와 탐구 결과물이 전시됐다.

학생들은 단순히 최종 결과만 발표하지 않았다. 탐구 과정에서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어떤 자료를 살펴봤는지, 자료를 분석하면서 어떤 점을 새롭게 알게 됐는지,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알아보고 싶은지도 설명했다.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다른 학생과 학부모의 질문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참가 학생은 "처음에는 친구들과 의견이 달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며 "서로 자료를 찾아보고 토론하면서 조금씩 생각을 맞춰 나갔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를 마친 지금은 결과보다 친구들과 함께 성장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았다"고 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진행한 러닝 페어 행사 모습 /정예준 기자

◇ 학부모도 함께한 '교육공동체 축제'

이번 행사는 학생과 교사만의 활동으로 끝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발표를 직접 참관하고 질문과 격려를 건넸다. 학생들이 어떤 주제를 선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확인하면서 학교에서 이뤄지는 배움의 과정을 함께 경험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학부모 리사이클링 키링 만들기' 체험 부스도 운영됐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환경의 가치를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러닝 페어가 학생들의 탐구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공동체 행사로 확장된 이유다.

배움의 공간 역시 학교 안에 머물지 않았다.

러닝 페어는 지역 창의융합캠프와 연계해 인근 초등학교 학생과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됐다. 학생들이 오랜 시간 준비한 탐구 결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면서 학교에서 만들어진 배움이 학교 밖으로 이어지는 계기도 마련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호수돈여자중학교가 진행한 러닝 페어 행사 모습. /정예준 기자

◇ 한 번의 행사 아닌 '학교 문화'로

호수돈여중은 러닝 페어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2학기에는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강평회를 열어 행사 전반을 돌아보고 개선점을 찾을 예정이다. 여기서 나온 의견은 내년도 러닝 페어 운영에 반영해 학생 주도형 탐구 활동을 더욱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박창연 호수돈여중 교장은 "러닝 페어의 본질은 눈에 보이는 발표 결과물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탐구하며 친구들과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은 앞으로의 삶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생이 배움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탐구와 성찰, 협력이 살아 있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호수돈여중의 러닝 페어가 보여주는 것은 거창한 교육 실험이 아니다.

학생이 궁금한 것을 스스로 찾아보고, 친구와 생각을 나누며, 자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작은 변화는 학교가 바라보는 ‘배움’의 의미를 바꿀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지를 확인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무엇이 궁금한지 스스로 발견하고, 그 궁금증을 어떻게 탐구할 것인지 고민하는 교육​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IB 교육과 창의인재성장학교, AI 중점학교라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 역시 결국 학생의 이러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다.

호수돈여중이 러닝 페어를 통해 보여준 것도 프로그램 자체가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통해 달라지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질문을 만들고, 함께 탐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학생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응원하고 참여하는 교사와 학부모.

호수돈여중의 일주일간 '배움의 축제'는 미래교육이 교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고 있다.

※ '미래를 심는 학교, 창의인재씨앗학교' 기사는 대전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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