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흔들리는 풍기인삼축제…이제는 '변화'로 답할 때다
25일 영주시가 영주농산물유통센터 전광판 앞에서 '2026 영주 풍기인삼축제 홍보 영상 송출식'을 열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영주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부대만 바꾼다고 술맛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풍기인삼축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수십 년간 민간 축제위원회가 주도해 온 축제 운영 방식이 바뀐다. 민선9기 영주시는 올해 추진위원회 체제로 축제를 치른 뒤 내년부터 영주관광문화재단이 맡는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변화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주시가 풍기읍 주민과의 대화에서 운영 주체 변경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지역 사회에서는 찬반 논란이 이어졌고, 급기야 풍기인삼축제위원회는 올해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에 전달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올해 축제는 10월 3일부터 11일까지 열릴 예정으로 개막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있다. 민간 주체와 행정의 갈등이 치달으면서 시민은 물론 인삼 농가와 지역 상인들까지 축제 개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영주시는 비상 운영에 들어갔다. 관광문화재단에 공무원을 파견하고 축제 프로그램과 운영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등 예정대로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주시가 25일 영주농산물유통센터 전광판 앞에서 '2026 영주 풍기인삼축제 홍보 영상 송출식'을 열고 본격적인 홍보에도 나서며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주시

25일에는 영주농산물유통센터 전광판 앞에서 '2026 영주 풍기인삼축제 홍보 영상 송출식'을 열고 본격적인 홍보에도 나섰다. 황병직 영주시장과 이상근 영주시의회 의장, 도·시의원, 풍기읍·봉현면 도움단체 회원 등이 참석해 첫 홍보 영상 송출을 지켜봤다.

전광판에는 '기운 없으면 풍기로 와'라는 문구와 함께 축제 일정이 송출되고 있다.

홍보를 시작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결과다.

이번 축제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운영하느냐'가 아니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느냐다.

기존 축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았다. 20년 넘게 이어진 축제가 해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반복하면서 변화와 혁신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남원천 둔치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정작 풍기읍 시가지의 음식점과 숙박업소, 상점 등으로 소비가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인삼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인삼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외지 상인 중심의 부스 운영이 이뤄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축제인 만큼 계약과 시설물 설치, 행사 운영비 집행 등이 적정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번 운영 주체 변경은 단순한 '사람 바꾸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영주시가 개최하는 각종 축제를 대상으로 전수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투입 예산 대비 관광객 유입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외지 방문객은 얼마나 되는지, 지역에서 실제 소비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농가와 상인에게 돌아간 실질적인 경제 효과는 무엇인지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영주시 홍보전산실에서 AI로 만든 홍보 이미지. /영주시

풍기인삼축제도 마찬가지다.

'관광객이 많이 왔다'는 식의 추상적인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축제 예산이 얼마였고, 외지 관광객이 몇 명 방문했으며, 풍기 지역에서 얼마나 소비했는지, 인삼 농가와 지역 상인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갔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변화의 명분도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민간 축제위원회의 공로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 수십 년 동안 지역 축제를 위해 시간과 열정을 쏟은 민간의 노력은 분명히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오래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변화까지 멈출 수는 없다. 축제 역시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특히 축제위원회가 올해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이제는 행정과 관광문화재단이 그 책임을 떠안고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잘되면 행정의 성과이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행정의 책임이다.

풍기인삼축제 홍보를 위한 '기운 검색중' 홍보 이미지. /영주시

이번 풍기인삼축제는 영주시가 스스로 선택한 새로운 시험대다.

따라서 영주시와 관광문화재단은 단순히 운영 주체와 프로그램 일부를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풍기인삼축제의 정체성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인삼 농가가 축제의 주인공이 되고, 풍기읍 상권이 살아나며, 관광객이 축제장에만 머물지 않고 풍기의 역사와 문화, 관광자원을 함께 경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외지 관광객이 풍기에서 먹고, 자고, 사고, 체험하고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화려한 무대와 늘어난 천막만으로는 새로운 축제라 부르기 어렵다. 풍기의 인삼산업과 역사, 문화, 관광자원을 하나의 콘텐츠로 연결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민과 농가, 상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도 있어야 한다.

영주시의회가 운영 주체 변경 이후 첫 업무보고에서 준비 과정과 행정 공백, 문화재단의 축제 이해 부족 등을 지적하며 차질 없는 개최를 주문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소란스럽게 출발한 축제인 만큼 결과로 증명하라는 주문이다.

이번 축제는 영주시 대형 축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만약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괜히 민간을 배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관광객이 늘고 풍기 상권이 살아나며 인삼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이번 변화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소모적인 감정싸움은 멈출 때다.

누가 옳았는지를 가리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축제를 살리는 것이 먼저다.

인삼 농가와 상인들의 생계가 걸려 있고, 전국에 알려진 풍기인삼축제의 명성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영주시와 관광문화재단에 당부하고 싶다.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민간 축제위원회가 쌓아온 경험을 모두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을 이유도 없다. 좋은 것은 계승하고 부족한 것은 과감하게 고치면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수 있다. 다만, 새 부대에 담았다고 술맛까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올해 풍기인삼축제가 '새로운 풍기인삼축제'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운영 주체만 바뀐 또 하나의 축제로 끝날지는 이제 행정의 몫이다.

시민들의 평가는 무대의 화려함이 아니라 관광객 숫자, 지역 경제 효과, 인삼 농가와 상인들의 실질적인 소득​으로 내려질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흔들리며 출발한 풍기인삼축제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영주시와 관광문화재단의 과감하고 신선한 도전을 지켜볼 일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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