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00%로 인상…두 달 연속 '백투백 인상'

7월 3년6개월 만에 올린 뒤 또 0.25%p 인상
시장 79% 동결 전망 뒤집어…추가 인상 여부 주목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데 이어 두 달 연속 '백투백 인상'에 나선 것이다. 환율이 1300원대로 안정됐지만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와 물가, 2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위험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16일에도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었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두 달 만에 0.50%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지난달 금리 인상 당시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화되고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인상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번 추가 인상에도 예상보다 강한 국내 경기 흐름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은은 지난 7월 금통위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상당 폭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9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3.2%로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 등을 반영한 결과다.

물가도 한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요인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6월의 3.2%보다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커질 경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계부채 역시 이번 결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신용 잔액이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4조9000억원 증가했다.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의 8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25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하며 5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돌았다. 향후 1년 뒤 집값이 현재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한은이 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등 금융불균형 위험을 고려해 선제적인 추가 인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반면 최근 크게 안정된 환율은 금리 동결 요인으로 꼽혀왔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내린 1384.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초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1380원대로 내려오면서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와 외환시장 불안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

27일 오전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에서 출발했다. 간밤 미국 물가 지표 영향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시장은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과 향후 금리 경로에 주목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연속 인상을 선택하면서 이번 결정은 환율보다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된다. 한 달 전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더 지켜보기보다 추가 긴축을 통해 물가와 가계부채 위험에 대응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장 예상과도 차이가 컸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19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9%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는 20%에 그쳤다.

직전 조사에서 인상 전망이 66%, 동결이 34%였던 것과 비교하면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의 무게중심은 동결 쪽으로 크게 이동한 상태였다. 환율 하락과 시장금리 상승, 7월 금리 인상의 효과를 확인할 필요성이 동결 전망의 주요 근거였다.

그러나 금통위가 시장의 다수 예상과 달리 백투백 인상을 단행하면서 향후 긴축 강도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이날 금통위원들의 향후 6개월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와 신현송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도 주목된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지속한 데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6%로 지난 5월 전망(0.2%)을 크게 웃돈 점 등이 반영됐다. 내년 성장률은 기존 2.1%에서 2.9%로 높였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2.7%로 유지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3%로 동일하게 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한 가운데 물가와 가계부채 부담이 이어지면서 한은이 추가 긴축 필요성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앞으로는 추가 인상 횟수와 최종금리 수준이 시장금리와 은행 대출금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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