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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논의가 본점 주소뿐 아니라 신규 채용 지형까지 바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이 현실화하면 지역인재 채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기존 전문인력의 이탈을 어떻게 막을지는 과제로 꼽힌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과 시기를 오는 10~11월께 확정할 전망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10~11월께 확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검토 대상은 약 350개 기관으로, 정부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관련 기관을 '집적·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350개 기관 모두가 이전하는 것은 아니며 산은·기은·수은 역시 현재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단계로 최종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다.
세 국책은행의 이전에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와 중소기업은행법 제4조는 각각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법 제3조에도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본점을 비수도권으로 완전히 옮기려면 각 은행의 설립 근거법부터 손봐야 하는 것이다.
◆ 비수도권 가면 '35%'…지역인재 채용 판도 달라진다
현행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소재하는 공공기관이 원칙적으로 신규 채용 인원의 35%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행법은 지난 11일부터 시행 중이다. 여기서 지역인재란 특정 이전 지역 출신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수도권 이외 지역에 있는 지방대학의 학생 또는 졸업자를 의미한다. 연간 채용 인원이 5명 이하이거나 고도의 전문·특수인력을 뽑는 경우 등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따라서 산은·기은·수은이 향후 본점 이전을 통해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이 될 경우 현재의 노력·우대 중심 지역인재 채용보다 법적 의무의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별도로 '이전지역 인재' 채용 제도도 있다. 혁신도시법은 이전공공기관과 이에 준해 지정된 공공기관에 해당 기관이 이전한 지역 소재 대학이나 고등학교 출신을 일정 기준에 따라 채용하도록 규정한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옮긴 기관도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면 제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국책은행들이 어떤 방식과 지위로 이전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이 제도가 자동으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채용에서 고려해야 할 지역 기준이 두 갈래로 늘어날 수 있다. '지역인재 35%'는 비수도권 대학 출신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반면 혁신도시법상 이전지역 인재는 실제 기관이 옮겨간 지역의 대학·고교 출신을 대상으로 한다.
국책은행들은 이미 지역인재 채용 제도를 일부 운영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5급 신입행원 채용에서 경영·경제 분야 지원자 가운데 영남, 충청·강원, 호남·제주권 소재 최종학교 출신을 '지방인재'로 우대했다. 지방인재 입행자는 해당 권역 부서나 영업점 근무를 통해 지역 전문가로 육성한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올해 산업은행은 75명 채용을 계획해 최종 74명을 선발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상반기 전문직행원 채용에서 '지역전문가' 분야를 별도로 뒀다. 수도권 외 지역의 최종학교 졸업·재학생을 지원 대상으로 정하고 당초 50명 가운데 경영 4명, 경제 3명 등 7명을 지역전문가로 선발할 계획을 세웠다. 전체 전문직행원 최종 합격자는 45명이었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금융일반·디지털·IT 분야에서 신입행원 160명을 최종 선발했다. 기업은행도 올해 채용 과정에서 지역인재 선발을 확대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세 은행이 올해 정규 신입 공채에서 최종 선발한 인원만 단순 합산하면 279명이다. 이전이 현실화하고 지역인재 의무채용이 적용되면 적지 않은 금융 일자리가 비수도권 대학 출신들에게 더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채용 분야별 예외와 기관별 적용 방식이 존재하는 만큼 279명의 35%가 그대로 의무채용 인원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권 채용 정책도 지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20일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를 내년부터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한 차례를 비수도권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지역 청년의 금융권 취업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책은행 이전과 별개 정책이지만 금융권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 지역 일자리 늘지만 전문인력 빠지면…'채용의 역설'
문제는 신규 지역인재 채용 확대가 기존 전문인력의 이탈과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에 따르면 자료 확인이 가능한 이전 공공기관 97곳의 연평균 퇴사자는 이전 전 38명에서 이전 후 60명으로 늘었다. 퇴사율도 2.66%에서 3.11%로 0.45%포인트 상승했다. 예정처는 2차 이전 과정에서 자발적 퇴사와 이직을 관리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사례는 더 두드러진다.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이전 전 연평균 퇴사율은 1.32%였으나 이전 후 7.72%로 높아졌다. 지방이전만으로 퇴사 증가의 원인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금융 전문인력의 정착 문제가 실제 이전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였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지방이전 논의가 진행 중인 국책은행에서도 젊은 직원의 이탈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발적 퇴사자는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589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43명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이 가운데 23명은 입사 5년 미만 직원이었다. 산업은행은 28명 중 18명, 수출입은행은 15명 중 5명이 입사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특히 산업은행은 과거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2022년과 2023년 자발적 퇴사자가 각각 97명, 87명으로 2020년 37명, 2021년 46명보다 크게 늘어난 바 있다. 이전 논의가 퇴사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시 4·5급 등 젊은 실무인력 이탈이 동시에 늘었다는 점은 이번 논의에서도 부담이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조가 지난 11일 처음으로 공동 집회를 열고 지방이전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 측은 정책금융의 특성상 기업과 금융시장, 전문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본점 이전이 업무 효율성과 인력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건물과 직원의 근무지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전 지역의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금융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지만 기존의 기업금융·투자금융(IB)·법률·회계·리스크 등 전문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정책금융 역량이 약해질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오는 10~11월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밑그림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어디로 옮길 것인가' 못지않게 '누구를 새로 뽑고 기존 인력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은 단순히 근무지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채용 대상과 인력 구성까지 바꾸는 사안"이라며 "지역인재 채용이 확대되는 만큼 기존 전문인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정책금융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방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지역인재 채용 확대와 동시에 기존 전문인력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정청 산업은행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더팩트>에 "과거 부산 이전을 추진할 당시 실제 이전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퇴사 인원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고, 특히 과장·차장급 등 경험이 축적된 '허리층'의 이탈이 많았다"며 "실제 이전이 이뤄진다면 당시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력 이탈의 여파로 산업은행이 최근 신입 채용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본점 이전 이후에도 기존 인력이 대거 빠지면 결국 신입 인력을 대규모로 충원해야 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까지 적용되면 산업은행의 전체 인력 구성과 채용 구조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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