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키운 임종룡, 3년 만에 자사주 매입…우리금융 '밸류업' 자신감

매입단가 1만1880원→3만1800원에도 추가 매수…경영진 56명 동참
비은행 이익 비중 22.3%로 확대·CET1 13.7%…ROE 개선은 과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하면서 그룹의 성장성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행보를 보였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약 3년 만에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첫 매입 당시보다 주가가 2.7배가량 오른 상황에서도 지분을 늘렸다는 점에서 그룹의 성장성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행보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 확충으로 비은행 이익 비중을 20%대로 끌어올리고 자본비율도 목표 수준 이상으로 높인 만큼, 향후에는 달라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달 24일 우리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주당 3만18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보유주식은 기존 1만주에서 1만5000주로 늘었다. 임 회장뿐 아니라 16개 자회사 대표와 지주·은행·주요 자회사 임원 등 그룹 경영진 56명도 주식 매입에 동참했다. 우리금융은 은행·비은행 성장 모멘텀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입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격이다. 임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23년 9월 우리금융지주 주식 1만주를 주당 1만1880원에 처음 매입했다. 이번 취득단가 3만1800원은 당시의 약 2.7배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던 시점에만 주식을 사들인 것이 아니라 지난 3년간 기업가치가 상당폭 재평가된 이후에도 추가 매수에 나선 셈이다.

그 사이 우리금융의 사업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다른 금융지주보다 뒤처졌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핵심 과제로 추진해왔다. 증권업 재진출에 이어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은행·증권·보험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의 틀을 갖췄다.

최근에는 동양생명의 완전자회사 편입까지 마무리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1일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동양생명을 100% 자회사로 전환한 데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쳐 2027년 하반기 총자산 약 55조원 규모 통합 생명보험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통합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대해 보험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비은행 강화 효과는 이익구조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60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특히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상반기 6.9%에서 올해 22.3%로 세 배 이상 확대됐다. 보험사 편입 효과가 비은행 순이익의 약 30%를 차지했고 우리투자증권도 24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44% 성장했다.

다만 은행 의존도가 충분히 낮아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상반기 1조373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여전히 그룹 이익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 편입에 따른 비은행 이익 증가 효과도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증권·보험 계열사의 자체 영업 경쟁력을 높여 지속적으로 이익 기여도를 확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본 측면에서는 밸류업을 추진할 여력이 이전보다 커졌다. 우리금융의 6월 말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잠정 13.71%로 1분기 13.6%보다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13% 문턱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들어 밸류업 계획에서 제시한 중장기 관리기준 13%를 안정적으로 웃돌고 있다.

이에 주주환원 규모도 확대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2000억원에 이어 하반기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추가 매입·소각하기로 하면서 올해 연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3500억원으로 늘렸다. 2분기 주당배당금도 220원으로 결정했다. 우리금융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내건 중장기 목표는 지속가능 ROE 10%, CET1 13%, 총주주환원율 50%다.

결국 남은 과제는 높아진 자본여력과 비은행 외형을 자본효율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보통주 ROE는 9.0%로 아직 중장기 목표인 10%에 못 미친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조정 ROE는 10.3% 수준이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체력을 높여 경상적인 ROE를 끌어올려야 밸류업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보험과 증권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보험은 동양·ABL생명 통합 과정에서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을 동시에 높여야 하고, 증권 역시 증자 이후 확대된 자본을 실제 이익으로 전환해야 한다. 비은행 강화→이익 다변화→ROE 개선→자본 축적→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안착해야 임 회장이 추진해온 종합금융그룹 전환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임 회장은 이달 유럽지역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 기업설명회(IR)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난 6월 일본·대만 IR에 이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그룹의 이익창출력과 향후 경영방향을 설명할 계획이다. 약 3년 만의 추가 주식 매입이 경영진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라면, 시장이 확인할 다음 지표는 비은행 수익성과 ROE,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주주환원 확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동양생명 완전자회사화와 ABL생명과의 통합 추진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성장을 통해 그룹의 이익창출력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뿐 아니라 16개 전 자회사 대표와 지주·은행 및 주요 자회사 임원 등 총 56명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한 것도 책임경영과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확보한 성장 모멘텀을 바탕으로 밸류업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저평가 해소와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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