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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6일 경북 울릉군 북면 현포의 한 마을.
휴일의 고요함을 깨고 한 주택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손에는 페인트통과 붓, 롤러가 들려 있었다.
이들이 찾아온 곳은 홀로 생활하는 국가유공자 미망인의 집.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은 함석지붕은 색이 바래고 군데군데 낡은 흔적이 역력했다. 지붕을 새로 칠하고 싶어도 혼자 사는 미망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날만큼은 달랐다. 울릉군 삼봉봉사회 회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여기는 페인트가 잘 먹도록 조금 더 꼼꼼하게 해야겠네요."
회원들은 지붕 곳곳을 살피며 작업에 들어갔다.
누군가는 페인트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붓을 들었다. 지붕 위에 올라간 회원들의 얼굴에는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휴일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이날 사용할 페인트와 작업 도구도 회원들이 직접 마련했다. 매월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필요한 자재를 구입했다.

한 붓, 한 붓 회원들의 손길이 이어질수록 빛바랜 지붕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낡은 함석지붕은 선명한 붉은색으로 새 옷을 입었다.
집 전체가 한층 밝아졌다.
◇"우리 집만 빠졌는데…" 한마디에 시작된 봉사
이번 봉사는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주변 이웃집에 도색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미망인이 "우리 집만 빠져서 아쉽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회원들이 전해 들으면서 시작됐다.
삼봉봉사회 회원들은 그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우리 손으로 해드리자.’ 회원들은 별도의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휴일을 반납한 채 직접 지붕에 올라섰다.
◇밭일 마치고 돌아온 미망인, 붉어진 지붕 보고 '깜짝'
한참 작업이 진행될 무렵. 인근 밭에서 일을 마친 미망인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에 낯선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본 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지붕을 바라봤다.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익숙했던 빛바랜 함석지붕이 아니었다.
붉은색으로 말끔하게 칠해진 새로운 지붕이었다.
"어머, 우리 집에 무슨 일이에요?"
봉사회 회원들이 웃으며 사정을 설명하자 미망인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수년 전부터 페인트칠을 하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찾아와 집을 새롭게 단장해준 것이다.

미망인은 회원들의 손을 잡으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수년 전부터 페인트 도색을 하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찾아와서 봉사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 이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겠다."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도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머니에게서 봉사 이야기를 들은 딸은 곧바로 봉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 2019년 결성…"도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삼봉봉사회는 지난 2019년 결성됐다.
50~60대 회원 15명으로 구성된 봉사회에는 금융기관과 공직 등에서 퇴직한 직장인을 비롯해 운수업 개인사업자, 목수, 배관업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울릉군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해 활동하면서 지역 곳곳의 궂은일을 찾아 나선다.
집 주변 풀베기와 환경정비, 도로변 청소 등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에도 앞장선다.
회원들이 매월 회비를 모아 직접 필요한 자재를 마련하는 것도 삼봉봉사회 봉사활동의 특징이다.
도움이 필요한 곳을 발견하면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간다.
이창관 삼봉봉사회장은 "모든 회원들이 봉사의 일념으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며 "작은 손길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동안 회원들이 흘린 땀으로 한 채의 집이 새롭게 변했다.
땀방울이 모여 단장된 선명한 붉은 지붕. 그 아래에는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 준 따뜻한 이웃들의 온기가 묵묵히 스며있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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