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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김태환 기자] 올해 2분기 산업대출 증가액의 약 78%가 운전자금에 집중되면서 기업 자금수요가 장기투자보다 당장의 경영활동에 상대적으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수출과 설비투자를 견인하는 가운데 여타 업종에서는 운영자금뿐 아니라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지급과 회사채 차환·상환 등 단기 자금수요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세가 일부 업종에 집중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까지 겹치면서 경기 회복의 온도차가 기업대출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대출은 전분기보다 30조6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증가액 30조8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공장이나 생산설비 확충에 쓰이는 시설자금보다 기업의 일상적인 영업활동에 필요한 운전자금이었다. 2분기 운전자금 대출은 전분기보다 23조8000억원 늘어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약 77.8%를 차지했다. 1분기 증가액 21조4000억원보다 증가폭도 확대됐다.
반면 시설자금은 6조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기 9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2조5000억원 줄었다. 특히 제조업 시설자금 증가액은 1분기 4조4000억원에서 2분기 1조4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반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부 기업의 대출 조기상환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국내 경제가 보여주는 높은 성장률과 대비된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6%,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도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상향했다.
성장세는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제조업이 이끌었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1.3% 증가했고, 제조업도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를 중심으로 1.4% 성장했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3%포인트로 전체 2분기 성장률의 절반을 차지했다.
투자 부문에서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 부진으로 0.1% 감소했다. 반면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한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3.4% 늘어 2012년 1분기 이후 57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경제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졌다. 2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전분기보다 1.1%포인트 하락해 1975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총저축률은 45.6%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민소득 증가폭에 비해 국내 투자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셈이다.
업종별 회복 속도에도 차이가 났다. 제조업은 1.4%, 서비스업은 1.0% 성장한 반면 건설업은 1.9% 감소했다. 수출과 제조업 성장에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의 기여가 컸지만 건설업이 부진하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0.2%에 그치는 등 경기 회복세가 모든 부문에 같은 강도로 확산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기업대출의 자금 용도에서 운전자금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도 이 같은 경기 온도차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운전자금은 원재료 구입과 인건비, 재고 확보 등에 쓰이지만 기존 차입금의 이자 지급이나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한 자금도 포함된다. 기업이 향후 수요 확대를 예상해 생산능력을 늘릴 경우 시설자금 수요가 커지는 반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장기투자보다 당장의 영업과 자금관리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우선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기업들의 채권시장 조달비용도 2분기 들어 상승했다. 지난 3월31일 연 3.552%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월30일 3.703%로 15.1bp(1bp=0.0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AA-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166%에서 4.375%로 20.9bp 상승했다.
기업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도 벌어졌다. AA-등급 회사채 3년물과 국고채 3년물 간 신용스프레드는 같은 기간 61.4bp에서 67.2bp로 5.8bp 확대됐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동시에 기업이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신용 프리미엄도 높아진 셈이다.
회사채 발행비용이 상승하면 기존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의 차환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높은 금리로 새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신 기존 채권을 상환하거나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에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대출 증가가 신규 설비투자보다는 기존 금융부채 관리와 운영을 위한 운전자금 증가로 나타날 여지가 있다.
기업들의 금리 부담은 3분기 들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에는 다시 3.00%로 인상했다. 2분기 산업대출 증가와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직접 연결할 수는 없지만 이후 은행 기업대출과 회사채 금리에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경우 기업의 신규 조달과 차환 비용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채권시장의 금리 수준도 2분기 말보다 높아졌다. 지난 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900%, AA-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575%로 마감했다. 6월 말과 비교하면 각각 19.7bp와 20.0bp 높은 수준이다. 3월 말과 비교하면 국고채 3년물은 34.8bp, 회사채 3년물은 40.9bp 상승했다.
최근 채권금리 상승에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미국 금리와 환율, 물가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채권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2분기 말보다 한층 부담스러워진 모습이다.
정부와 금융권이 기업의 설비·혁신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을 유도하는 '생산적금융' 확대에 나선 상황에서 이 같은 흐름은 부담 요인이다. 성장세가 일부 업종에서 다른 산업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 가운데 조달금리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기업들이 장기 시설투자보다 운영·상환 등 단기적인 자금 확보를 우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운전자금 증가를 기업 경영난과 같이 한 가지 요인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 금리 상승 등에 따른 이자 지급이나 기존 회사채 상환을 위한 자금수요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운전자금에는 원재료 구매나 재고 확보 등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금도 포함되고 업종별 상황도 달라 특정 요인 하나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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