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신뢰' 강조한 공주대, 시민 반발 속 첫 대학 통합 시민설명회 개최

시민들 "이미 통합안 정해놓고 이제 와서 의견수렴"
교명·법적 소재지 재검토 요구에 대학 측 확답 없어


공주시민과 공주대-충남대 통합 반대추진위가 8일 공주 고마센터에서 열린 '공주대-충남대 통합 시민 설명회'에 앞서 시위를 하고 있다, ./김형중 기자

[더팩트ㅣ공주=김형중 기자] 국립공주대학교와 충남대학교 통합을 둘러싼 공주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학 구성원 찬반투표가 시작된 날 첫 공주시민 설명회가 열리자 시민들은 "통합안을 사실상 정해놓고 이제 와서 시민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공주시민들은 통합대학의 교명을 '충남대학교'로 하고 법적 소재지를 대전시로 정한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또 통합대학 본부와 핵심 행정기능을 공주시로 옮기고 충남대 사범대학 일부 학과를 공주에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임경호 공주대 총장과 김정겸 충남대 총장은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찬반투표 시작한 날 열린 시민설명회

공주시는 8일 오전 아트센터 고마에서 '국립공주대학교-충남대학교 통합 관련 공주시민 설명회'를 마련했다. 설명회에는 최원철 공주시장, 이범수 공주시의회 의장, 임경호 공주대 총장, 김정겸 충남대 총장, 양 대학 관계자, 시민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행사장 밖에서는 공주대-충남대 통합 반대 범시민연대 회원들이 "명분 없는 통합을 즉각 중단하라" "공주대학교를 사수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8일 공주시 고마센터에서 공주대 충남대 통합 관련 시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김형중 기자

이번 설명회는 임 총장이 전날 언론설명회에서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라고 강조한 직후 열렸다. 임 총장은 지난 1년 동안 지역주민들에게 통합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통합신청서를 오는 10월 21일까지 제출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글로컬대학 사업비의 절반을 반납해야 해 통합 절차를 더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용역 발표부터 막힌 설명회

설명회가 시작되자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통합 연구용역 업체가 학령인구 감소와 통합 필요성,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설명하자 시민들은 "시민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으라"며 발표 중단을 요구했다.

당초 20여 분으로 예정됐던 용역 결과 발표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통합신청서 주요 내용에 대한 대학 측 설명도 시민들의 반발 속에 사실상 생략됐다.

시민들은 통합안 설명보다 자신들의 질문과 반대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일주 공주문화원장은 "공주대가 통합 논의를 진행하면서 시민들과 공식적으로 대화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며 "정말 통합이 필요하다면 현재 진행 중인 찬반투표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경호 공주대 총장이 8일 고마센터에서 열린 공주대 충남대 통합 관련 시민설명회에서 통합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형중 기자

통합추진위원회의 주요 의결 과정에서 교수회장과 총학생회장, 직원·조교 대표 등이 퇴장한 사실도 거론됐다.

이 원장은 "주요 구성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남은 위원들끼리 결정한 것을 공주대 전체의 뜻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름도 주소도 충남대…대등한 통합 맞나

시민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은 통합대학의 교명과 법적 소재지였다.

박달원 전 공주대 총장 직무대행과 이병기 공주대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등은 "통합대학 이름은 충남대이고 법적 소재지도 대전인데 어떻게 대등한 통합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이름과 법적 주소를 모두 충남대가 가져가는데 이것이 흡수통합과 무엇이 다르냐"고 물었다.

대학 측은 공주캠퍼스에 교육·연구, 국제교류, 교육혁신, 산학협력 등의 본부 기능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기획·재정·인사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과 법적 소재지가 대전시에 남는다면 실질적인 권한 역시 대전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한 공주대 교수는 "정말 대등한 통합이라면 대전과 공주의 주요 기능을 서로 바꿀 수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통합대학 본부와 주요 행정기능을 공주에 둘 수 있는지 물었다.

최원철 공주시장과 이범수 공주시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형중 기자

◇사범대 6개 학과 이전 요구에도 "상의하겠다"

공주캠퍼스를 교원 양성 특성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대학 측 계획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통합안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충남대 사범대학 6개 학과를 공주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하지만 임 총장과 김 총장은 이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공주캠퍼스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해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일은 절대 없다"며 관련 내용을 문서에 담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대학 본부와 법적 소재지의 공주 이전, 충남대 사범대학 6개 학과의 공주 배치 요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말씀해 주신 내용을 잘 받아 구성원들과 상의하면서 지혜로운 결정을 하겠다"고 답했다.

◇"안이 없어서 설명 못했다"는 임 총장

임 총장은 먼저 시민설명회가 늦어진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추진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오늘이 시민들에게 통합 내용을 설명하는 첫 일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과 사전에 논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통합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순간부터 이야기했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런 계획도 만들어지지 않고 설계된 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양 대학이 기본계획을 마련한 뒤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다.

임 총장은 "앞으로 1년 반 동안 통합안을 숙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핵심 통합안이 마련되고 찬반투표까지 시작된 뒤 "앞으로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왼쪽부터) 질의에 나선 이일주 공주문화원장, 박달원 전 공주대 총장 직무대행, 이병기 공주대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장원석 장애인협회장. /김형중 기자

◇"공주대 이름 사라져도 정체성 남는다"

임 총장은 이번 통합이 공주대를 충남대가 흡수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공주대는 충남대가 흡수할 만큼 작은 대학이 아니다"며 "공주캠퍼스가 대전캠퍼스와 대학본부 기능을 나눠 갖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대학 명칭 변경에 따른 지역 사회의 상실감에 대해서는 "저도 똑같은 마음"이라면서도 "대학의 정체성이 과연 이름만으로 모두 해결되는지는 다른 측면에서 봐달라"고 말했다.

전날 언론설명회에서 임 총장은 "대학 이름은 없어질지 모르지만 대학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정체성은 큰 대학으로서 분명히 남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캠퍼스 존속이 아니라 공주대라는 대학의 이름과 법적 지위, 핵심 의사결정 기능을 지켜내는 것이어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최원철 시장 "공주에는 공주대 존속 절실"

공주시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렸다.

최원철 공주시장은 이날 "대전에서 충남대가 차지하는 위상과 공주에서 공주대가 차지하는 위상은 현격하게 다르다"며 "공주시에는 국립공주대의 존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공주시의회 의장도 "공주대와 공주시민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며 "공주시와 시민에게 해가 되는 통합은 결단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임 총장은 언론설명회에서 박수현 충남도지사와 최원철 공주시장에게 통합 상황을 설명했다며 "통합에 대해 별도로 반대다, 찬성이다 하는 말씀은 없었고 대학의 입장을 아주 경청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공주시민들의 우려와 요구를 두 사람이 대학 측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전달했는지를 놓고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다리를 꼰 임경호 공주대 총장. /김형중 기자

◇10월 21일 통합신청서 제출…갈등 커질까

이날 시민들이 대학 측에 요구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통합대학의 교명인 '충남대학교'와 법적 소재지 '대전시' 재검토할 것, 통합대학 본부와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능을 공주시에 둘 것, 충남대 사범대학 학과를 공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통합안에 명문화할 것 등이다.

하지만 양 대학 총장은 어느 요구에도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통합신청서 제출 시한은 오는 10월 21일까지다. 대학 측은 기한을 넘길 경우 글로컬대학 사업비의 절반을 반납해야 한다며 통합 절차를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찬반투표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시민 의견을 실제 통합안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속도보다 신뢰'를 강조한 대학 측이 공주시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고 교명과 법적 소재지 등 핵심 쟁점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통합 논의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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