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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김태환 기자] KB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에도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세대교체를 선택하면서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5대 은행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 나란히 만료된다. 은행권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견조한 상황이지만 KB금융이 현직 회장의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으면서, 연말 은행장 인사에서도 호실적이 연임을 보장하는 기존 공식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31일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모두 임기가 끝난다. 정상혁 행장을 제외한 4명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첫 2년 임기를 마치며, 정 행장은 2023년 취임 후 한 차례 연임해 세 번째 임기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실적 등을 바탕으로 현직 은행장들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 2조4585억원, KB국민은행 2조2254억원, 하나은행 2조1211억원, 우리은행 1조3730억원, NH농협은행 1조1629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신한·국민·하나은행이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을 늘린 반면 우리·농협은행은 감소하는 등 은행별 실적 흐름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실제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앞서 현직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재임 기간의 경영성과를 주요 평가 요소로 제시했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진옥동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재임 기간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디지털·글로벌 경쟁력 강화, 밸류업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내부통제 문화 정착 등을 높게 평가했다. 진 회장 재임 중 신한금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해외 연간 세전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역시 지난 3월 연임을 확정하며 2029년까지 그룹을 이끌게 됐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임 회장이 재임 기간 증권업 진출과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경쟁 금융그룹보다 낮았던 보통주자본(CET1)비율 격차를 좁히는 등 재무 안정성을 개선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 성과도 연임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KB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은 금융권 인사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양종희 현 회장이 아닌 이재근 KB금융 글로벌부문장 겸 WM·SME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회추위는 현재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양 회장 재임 기간 KB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주는 메시지는 작지 않다는 평가다. 뚜렷한 경영성과가 있더라도 조직 변화와 차세대 리더십 구축 필요성이 더 크게 평가될 경우 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KB가 강조한 세대교체를 단순한 연령 하향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새로운 리더십과 승계구도 재편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5대 은행장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환주 행장은 첫 임기를 마치는 상황이지만 오는 11월 이재근 후보가 KB금융 회장에 공식 취임하면 새 회장 체제에서 처음 단행되는 주요 계열사 CEO 인사의 대상이 된다. 첫 임기 성과를 바탕으로 한 연임 가능성과 새 회장 취임에 따른 인적 쇄신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셈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5명 가운데 유일하게 이미 한 차례 연임했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이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2조4585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은 추가 연임에 우호적이다. 다만 다시 선임될 경우 세 번째 임기에 들어가는 만큼 신한금융이 경영 연속성을 택할지 새로운 리더십을 전면에 배치할지가 관건이다. 후임 후보군으로는 최혁재·이봉재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모두 첫 연임에 도전한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의 호실적이 강점이지만 함영주 현 하나금융 회장이 은행장에서 물러난 이후 행장 연임 사례가 없다는 점이 변수다. 정 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올해 연임에 성공한 만큼 경영 연속성 측면에서는 우호적인 환경이지만, 상반기 우리은행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점은 실적 평가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다. 강 행장 역시 첫 임기 성과를 평가받게 되지만 농협은행은 이대훈 전 행장을 제외하면 은행장 연임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인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제도개선도 연말 인사의 변수로 꼽힌다. 올해 논의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제한 등 일부 방안은 은행장 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당국이 금융회사 전반을 대상으로 CEO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은행장 선임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개선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KB금융의 혁신이 연말 은행권 인사에도 영향을 끼쳐 대대적인 세대교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금융사는 실적이 최우선"이라며 "최근 모든 은행권이 실적이 개선되는만큼, 그 이상의 철학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연임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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