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열 달 동안 초과근무 136회…섬 근무 해군 부사관의 비극

업무 과부하 및 심적 부담감 작용…해군, 순직 인정
인권위 "군 차원의 자살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 필요"


도서지역에서 복무하던 해군 부사관이 업무 과중과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5일 도서지역 초급간부 자살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박상민 기자

[더팩트ㅣ김태연 기자] 섬 지역에서 복무하던 해군 부사관이 업무 과중과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다 순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도서지역 초급간부 자살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해군 부사관 A 씨는 지난해 도서지역 부대 복무 중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 어머니는 "사망 3개월 전부터 답답해하며 소방관을 하겠다고 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였다"며 "초급간부로 당직근무 외에도 조리장 및 정보장 업무 지원 등 업무량이 과도하게 몰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적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군에서 적절히 조치하지 않아 아들이 사망에 이르게 됐다. 이는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 씨는 부대 전입 후 9~10개월간 초과근무를 약 136회, 당직근무는 약 26회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심리검사 결과 '긍정전망' 점수는 부대 전입 전 100점에서 전입 후 67점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도 "A 씨가 다소 과중된 업무를 해왔으며 임관 3년 미만 초임 부사관들의 업무 미비점까지 보완하는 등 업무가 과중됐다는 동료들 진술도 있었다"며 A 씨 순직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도서지역 근무를 하며 외로움과 과중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등 심적 부담감이 한계에 이르러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부대 지휘관 등이 A 씨의 업무 과다 및 심적 불안 상태를 식별할 수 있는 징후가 있었음은 인정된다"면서도 "지휘관의 식별 누락이 A 씨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귀속되기 어려워 인권침해로 보기는 힘들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다만 "육지와 분리된 좁은 도서지역 특성상 만성적인 외로움과 고립감을 유발하기 쉽고 여기에 업무 과부하와 심적 부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초급간부들이 외부와 교류하고 심리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않았던 만큼 군 차원의 선제적 자살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군참모총장에게 도서지역 초급간부 병영생활전문상담 활성화 방안 마련, 최소 월 1회 이상 위로 휴가 보장 및 사용 권장 등 의견을 표명했다. 도서지역 근무 지휘관 및 실무자를 대상으로 자살 우려자 식별 등 예방 교육을 철저히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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