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사망사고 사과 기자회견 무산…유가족 "사전 협의 없었다" [TF현장]

유가족·대책위 회견장서 항의…조성현 부회장과 대치
"사전 협의 없었다" 반발…종합 안전 개선 대책 발표 못해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이 21일 경기 성남시 HL만도 판교 사옥에서 유가족 및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성남=황지향 기자

[더팩트ㅣ성남=황지향 기자] HL만도가 평택공장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한 사과와 종합 안전 개선 대책을 내놓으려 했지만 유가족과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장을 찾아 항의하면서 발표가 무산됐다. 유가족 측은 회사가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과를 발표하려 했다고 반발했다.

HL만도는 21일 오후 4시께 경기 성남시 HL만도 판교 사옥에서 고(故) 김승모 씨 사망사고 관련 사과 성명 및 종합 안전 개선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려 했으나 유가족과 대책위원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와 유가족은 이날 오후 3시35분께 기자회견장을 찾아 사전 협의 없는 사과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회견장 입구와 내부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 중단을 요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유족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어떠한 합의도 이뤄내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기자회견을 용납할 수 없다"며 "유족은 지난번 이 자리에서 한 차례 만난 것 이외에 어떠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버지도 현장에서 "사과를 누구에게 한다는 것이냐"며 "사과를 하려면 사전에 유족과 어떻게 사과할 것인지 협의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두 달이 넘었는데 왜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냐"며 "정식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가 진짜 사과이지 이런 식의 사과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유가족 측은 이날 회사가 발표하려던 사과문과 안전 대책의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씨의 아버지는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 요구사항이었다"며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지 유족인 내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내용을 보고 납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이 21일 경기 성남시 HL만도 판교 사옥에서 기자회견이 무산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황지향 기자

오후 4시 10분께 기자회견을 위해 현장에 나온 조성현 HL만도 부회장과 유가족·대책위 관계자들이 대치하면서 항의가 이어졌다. 대책위 측은 'HL만도는 유가족에게 사과하라', '정몽원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입건하라', 'HL만도 불법 파견 철저히 조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조 부회장을 막아섰다.

대책위 관계자는 조 부회장을 향해 "사과란 기본적으로 받는 사람이 그 사과를 느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람이 죽었고 유족이 있는데 적어도 회사가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유족에게 느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하고 오후 4시에 사과한다고 하면서 유족은 모르고 있었다"며 "62일째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데 유족에게 알렸느냐"고 항의했다.

조 부회장은 "다시 안전을 점검하고 유족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공식적으로 한 적이 없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며 "빨리 유족들과 합의하기를 원하고 있다. 물론 입장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대책위 측과 약 4분간 대치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은 결국 무산됐다.

HL만도가 이날 발표하려던 종합 안전 개선 대책에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전 사업장 연례 전수진단 △긴급 위험요소에 대한 '선조치·후보고' 체계 △인체감지·이동형 CCTV 도입 △노사 합동 현장점검 및 노동조합의 위험성평가 참여 △안전보건실 신설 및 안전인력 확충 등의 내용이 담겼다.

HL만도는 배포한 자료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안전보건 조직과 관리체계, 현장의 실행과 투자, 안전문화 전반을 다시 돌아보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7월 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부품 가공 기계를 점검하던 중 기계와 벽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이후 유가족과 대책위는 사고 원인 규명과 회사의 공개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 씨의 장례는 이날까지 치러지지 않은 상태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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