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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유언대용신탁이 은행권의 새로운 자산관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유언대용신탁 신규 가입금액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들은 최소 가입금액을 낮추고 치매 대비와 상속 설계 등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고가 1조5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은행권의 고객 확보 경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유언대용신탁 가입금액은 3조67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가입금액인 3조4421억원을 6개월 만에 넘어선 규모다.
잔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해 말 4조5024억원에서 올해 5월 말 5조5926억원, 6월 말 6조2795억원으로 불어났다. 상반기에만 1조7771억원 증가한 셈이다. 7월 말에는 6조6163억원으로 집계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살아 있을 때 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사망 이후 재산을 받을 사람과 지급 방식 등을 미리 정해두는 서비스다. 고객은 생전에 계약 조건에 따라 자산을 관리·운용할 수 있으며, 사망하면 은행이 계약 내용에 따라 지정된 수익자에게 재산을 지급한다.
일반적인 유언장과 달리 재산을 한 번에 물려주는 방식뿐 아니라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에게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다가 성인이 된 이후 남은 재산을 전달하는 식이다. 자녀가 없는 1인 가구라면 원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재산이 돌아가도록 정할 수도 있다.
은행이 계약에 따라 자산을 관리하고 사후 집행까지 담당하는 만큼 유언장 분실이나 보관 문제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모든 상속 분쟁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유류분 등 법률상 권리와 계약 내용에 따라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사전 상담이 필요하다.
은행들이 관련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고령화와 자산승계 수요 증가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속 시점뿐 아니라 치매나 중증질환 등으로 본인이 직접 재산을 관리하기 어려워질 상황까지 대비하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의 자산을 장기간 관리하면서 신탁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실제 은행별 상품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인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출시한 선발주자다. 금전과 부동산, 유가증권 등 다양한 재산을 대상으로 고객이 원하는 상속 방식과 시점을 설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 올해 3월에는 자산관리와 돌봄, 지급 및 상속 설계를 결합한 '내맘대로신탁'을 선보이며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KB위대한유산신탁'을 운영하면서 가입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해 최소 가입금액을 1000만원으로 설정하고 가입 대상을 만 4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기존 고액자산가 중심의 상품에서 일반 고객으로 가입 대상을 넓힌 것이다.
우리은행 역시 소액 고객 확보에 나섰다. 올해 3월 초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해 최소 가입금액을 100만원으로 낮췄다. 기존 '우리내리사랑유언대용신탁'을 통해 금전과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의 상속을 설계하는 한편 소액 가입이 가능한 상품으로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상속과 의료비 관리 등 목적별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NH 사랑THE 금전유언대용신탁'은 50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으며, 'NH올원더풀 의료비치매안심신탁'을 통해 치매나 중증질환 등으로 금융거래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가입금액 제한을 없애고 계약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신한 SOL메이트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고객이 생전에 자산을 관리하면서 사후 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치매안심신탁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전날 유언대용신탁 누적 잔고가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4593억원과 비교하면 약 3.2배 수준이다. 올해 누적 판매액도 1조원을 넘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권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을 사후에 이전하는 기능에서 생전 자산관리와 돌봄, 소액 상속 설계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최소 가입금액이 낮아졌더라도 계약 유형에 따라 수수료와 신탁 가능한 자산, 중도 해지 및 변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가입 전 실제 상속 목적과 비용, 법률적 제약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을 중심으로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고령화와 더불어 상속, 증여 등 부의 이전 관련 수요가 많아지면서 앞으로도 시니어 고객을 위한 주요 핵심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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