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 22% 늘고도 보험이익 감소…메리츠화재 '예실차'에 발목

신계약 CSM 22.5% 증가·보유 CSM 12조 돌파…예실차 2129억 악화
투자손익 16.3% 증가…회사 "일시적 영향, 향후 개선"


메리츠화재가 올해 상반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20% 넘게 늘리며 미래이익 재원을 확대했지만 정작 보험손익은 줄어든 성적을 거두었다. /메리츠금융그룹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메리츠화재가 올해 상반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20% 넘게 늘리며 미래이익 재원을 확대했지만 정작 보험손익은 뒷걸음질했다. 보험금과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많이 발생하면서 예상과 실제 경험 간 차이를 보여주는 '예실차'가 1년 새 2100억원 넘게 악화한 영향이다. 투자손익 증가가 보험손익 감소를 메우면서 순이익은 1조원을 지켰지만, 향후 CSM 성장이 실제 보험이익으로 얼마나 원활하게 전환될지가 수익성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순이익은 1조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계약 CSM은 8942억원으로 22.5% 늘었고, 상반기 말 보유 CSM도 12조1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CSM은 보험계약에서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실현 이익을 뜻한다. 보험사가 계약을 새로 확보할 때 CSM으로 인식한 뒤 보험기간에 걸쳐 상각해 이익으로 반영하는 만큼 향후 보험이익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시장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신계약 CSM을 두 자릿수 확대하며 미래이익 재원을 늘렸다.

하지만 CSM 증가가 당장의 보험손익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메리츠화재의 상반기 보험손익은 6975억원으로 전년 동기 7242억원보다 3.7% 감소했다.

특히 예실차 악화가 두드러졌다. 예실차는 보험계약 당시 예상했던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발생액 간 차이다. 실제 보험금이나 사업비가 예상보다 적으면 보험손익에 플러스 요인으로, 예상보다 많으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메리츠화재의 예실차는 지난해 상반기 28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1849억원으로 전환했다. 1년 사이 2129억원 악화한 것이다. 예실차율도 -6.7%를 기록했다. 그동안 보수적인 계리가정과 수익성 높은 계약 중심의 영업을 강조해 온 점을 감안하면 계약 당시 예상했던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경험 사이의 괴리가 올해 들어 확대된 셈이다.

예실차는 단순한 일회성 손익 항목이 아니라 보험사가 계약 체결 당시 세운 손해율·사업비 가정이 실제 경험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예실차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보유 CSM이 늘더라도 실제 보험이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일회성 요인이 해소되고 예실차가 정상화되면 CSM 증가 효과가 보험손익에 보다 뚜렷하게 반영될 수 있다.

예실차 악화에는 갑상선 전이암 관련 보험금 소급 지급과 질병 의료비 손해액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당초 예상한 수준보다 실제 지급 보험금 등이 늘어나면서 보험서비스손익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보험손익 감소를 단순히 손해율 악화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손실부담·계약비용 환입과 CSM 상각 증가 등이 예실차 악화를 일부 상쇄했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수익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보험금과 사업비 경험치 악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면 투자손익은 실적을 뒷받침했다. 메리츠화재의 상반기 투자손익은 70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보험손익 감소분을 투자부문이 상쇄하면서 전체 순이익은 전년보다 증가했고 1조원대 이익도 유지했다.

향후 관건은 늘어난 CSM이 실제 보험이익으로 전환되는 효율성이다. 신계약 CSM과 보유 CSM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더라도 보험금·사업비 예실차가 계속 악화하면 CSM 상각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이 경우 CSM 성장에도 보험손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갑상선 전이암 소급 지급 등으로 인해 예실차 이익이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며 "이는 특정 기간에 판매된 계약에 한정된 사항으로 일시적 영향인 만큼 향후 보험손익과 예실차 이익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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