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순천 선암사 '측간', 국가민속문화유산 됐다

경사지 그대로 살린 중층 구조…남녀 공간 나누고 분뇨는 농사 거름으로 활용

순천 선암사 측간(廁間)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선암사 해우소. /순천시

[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전남광주 순천시 선암사의 100년 넘은 측간(廁間)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찰의 생활공간이지만 건물의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고 지금까지 실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찰 공동체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1일 순천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30일 '순천 선암사 측간'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선암사 측간은 일주문과 범종루를 지나 대각암으로 향하는 길목의 해천당 옆에 자리하고 있다. 1920년대 이전부터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춘 것으로 확인됐으며, 100년이 넘은 지금도 실제 화장실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은 앞면 6칸, 옆면 4칸 규모의 맞배지붕 구조다.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앞쪽은 단층, 뒤쪽은 중층으로 구성한 독특한 형태가 특징이다.

사찰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남녀 공간도 분리했다. 별도의 문을 설치하기보다는 가슴 높이의 칸막이를 두고, 눈높이에는 창을 내 채광과 환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자연 지형과 건축을 결합한 방식에서도 당시 사찰 생활공간의 실용성을 엿볼 수 있다. 경사지를 활용하면서 햇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공간을 구성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의 기능을 살렸다.

측간에서 나온 분뇨를 처리하는 방식에도 사찰의 생활문화가 담겨 있다. 왕겨나 낙엽 등과 함께 발효시킨 뒤 농사에 필요한 거름으로 활용하는 자원순환 방식이 사용됐다.

소박한 화장실이지만 건물의 구조와 이용 방식, 분뇨 처리 방식까지 살펴보면 당시 선암사 공동체가 자연환경을 활용하고 생활자원을 순환시켰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인 셈이다.

선암사 측간은 건립 시기가 비교적 명확하고 초기 입지와 원형이 잘 유지돼 있으며 현재까지 실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생활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국가유산청은 평가했다.

선암사 측간의 정확한 창건 시기는 확인되지 않지만 선암사 일주문 중수 기록인 '조계문중창상량문'에 따르면 1540년 '청측'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사찰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음에도 일주문과 함께 남아 있었으며, 일제강점기인 1928년 해체 보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고, 1996년에는 다시 한 차례 수리가 이뤄졌다.

이수근 건축가는 "한국에서 가장 멋진 화장실", 순천 출신 정채봉 동화작가는 "대한민국 제일의 뒷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번 지정으로 선암사는 불교의 수행과 의례 공간뿐 아니라, 사찰 구성원들이 실제 생활했던 공간까지 국가유산으로 주목받게 됐다.

bbb2500@tf.co.kr

핫 뉴스

뉴스 view